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가운데, 연설 내용을 두고 여야가 극명한 온도 차를 보였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권 대행 연설에 대해 "베리 나이스(아주 좋았다)"라고 치켜세웠다.
장 의원은 "현재와 과거 정부에 대한 진단, 또 개혁 과제에 대해 정확하게 잘 짚었고 앞으로 우리 국정과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에 대해 아주 잘 지적한 좋은 연설"이라고 부연했다.
반면 연설에서 문 전 대통령과 함께 12번 언급된 민주당에선 혹평이 쏟아졌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과 민주당이라는 단어를 합치니 28번 가량 되는 것 같은데, 여전히 남 탓을 하는 건지 심히 걱정스럽다"며 "전 정부와 민주당 탓만 할 게 아니라 집권 여당으로서 새로운 성과를 보여주는 게 국민이 진정으로 바라는 바인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고 말했다.
유력 당권주자인 이재명 의원도 "더 나은 국가, 더 나은 국민의 삶을 위해 정치가 미래로 가야 한다"며 "자신의 무능함을 남 탓으로 돌리는, 아주 민망한 장면이었다"고 했다.
신현영 대변인은 "삼중고의 민생 경제 위기 상황에서 자신들의 실정과 책임은 철저히 외면한 뻔뻔한 연설이었다"고 했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권 대행이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조 파업에 대해 "강성노조의 불법행위를 엄단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겨냥해 "한참 노사 간 대화가 진행 중인데, 집권 여당의 대표가 화해 분위기를 해치는 압력성 발언을 함부로 하는 것은 지나친 일 같다"고 했다.
앞서 권 대행은 이날 민생 경제, 외교·안보 등 각종 영역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면서 재차 전임 정부를 언급했다. 문 전 대통령의 이름은 16번, 민주당은 12번 나왔다.
권 대행은 한국 경제의 위기가 도래한 이유가 전임 정부의 '정치'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국익과 국민보다 눈앞의 정치적 이익을 우선했다"며 "'오늘만 산다'식의 근시안적 정책, 국민을 갈라치는 분열적 정책이 바로 민생 고통의 주범"이라고 했다.
방역 문제에 대해선 "국민들은 2년 만에 회복한 일상의 자유를 빼앗길까 봐, 또다시 백신 패스 도입, 비과학적 거리두기 등 강제 조치가 시행될까 봐 상당히 걱정하고 있다"며 "분명하게 말씀드리겠다. 윤석열 정부에서 비과학적 거리두기는 없다. 저희는 정치 방역이 아닌 과학 방역을 원칙으로 하겠다"고 했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선 "문재인 정부가 걷어찬 주거 사다리를 국민의힘이 반드시 되찾아오겠다"고 했고, 공공부문 혁신을 언급할 때는 "문재인 정부 5년간 증가한 공무원 13만 명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증가 규모의 3배 수준"이라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