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헌재는 GS칼텍스와 AK리테일, KSS해운 등이 대법원의 재심청구 기각 판결을 취소해달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재판 취소 결정을 내렸다. 2004년 GS칼텍스는 세무당국으로부터 707억원의 법인세를 내라는 처분을 받았다. 상장기간 내 상장하지 않거나 자산재평가를 취소하면 법인세를 다시 계산해 부과할 수 있는 옛 조세감면규제법 부칙 제23조에 따른 처분이다.
GS칼텍스는 법인세 부과취소소송을 내고 헌재에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법인세 부과취소소송은 파기환송심을 거쳐 패소가 확정됐지만 헌재의 판단은 달랐다. “법률이 전부 개정된 경우 기존 법률을 폐지하고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종전 본칙은 물론 부칙 규정도 경과규정을 두거나 계속 적용한다는 등의 규정을 두지 않는 이상 전부개정법률의 시행으로 인해 실효된다”며 헌재가 한정위헌 결정을 내린 것이다.
법은 개정됐는데 경과규정이나 계속 적용한다는 규정이 없는 기존 부칙에 따라 세금을 낸 GS칼텍스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그런데 이 청구가 대법원에서 기각됐다. 대법원이 “한정위헌은 인정할 수 없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법률 해석·적용은 헌재 등 다른 국가기관이 아닌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하는 법원의 권한이라는 게 대법원 입장이다. 헌재는 이번 결정에서 GS칼텍스 외에도 104억원의 세금을 부과받은 AK리테일과 65억원이 걸린 KSS해운 사건을 똑같은 기준으로 판단했다.
재판 취소 결정을 얻어낸 기업들은 또다시 재심 신청을 해야 한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신청을 다시 각하·기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이후 헌재가 다시 이 재판을 취소한다면 이들 회사는 앞서 겪었던 과정을 계속 반복해야 한다. 20년 가까이 지속된 기업들의 ‘뺑뺑이 송사’가 끝없이 이어진다는 얘기다. 기업들이 원하는 건 국세청과 대법원, 헌재로 이어지는 긴 여정을 빨리, 확실히 마무리하는 것이다. 법률 개정 등을 통해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명시적으로 허용하든가,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을 막든가,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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