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민과 중산층의 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을 15년 만에 조정하기로 했다. 총 8개의 소득세 과표 구간 중 6%와 15%의 낮은 세율이 적용되는 2개 과표 구간을 늘리는 방식을 통해서다. 이렇게 되면 모든 직장인의 세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24~45%의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과표 구간은 전혀 손대지 않아 ‘반쪽 개편’이란 지적도 나온다.
기재부는 세제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연봉이 3000만원(과세표준 1400만원)인 직장인의 소득세 부담이 30만원에서 22만원으로 8만원(27.0%)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연봉 5000만원(과세표준 2650만원) 직장인은 세금이 170만원에서 152만원으로 18만원(10.6%), 7800만원(과표 5000만원)을 버는 직장인은 530만원에서 476만원으로 54만원(5.9%) 줄어든다고 밝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높은 물가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의 세 부담을 적정화하기 위해 소득세 하위 2개 과표 구간을 상향 조정해 세 부담을 전반적으로 경감했다”고 말했다. 정정훈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에 따른 근로자의 세 부담 감소분은 1조6000억원”이라고 설명했다.
과표 8800만원 이하 구간의 과표 금액이 조정된 것은 2008년 이후 15년 만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세율이나 과표를 2~3년마다 조정해 물가 상승에 따른 세 부담 증가를 완화했다. 하지만 최근 10여 년간은 과표나 세율 조정이 없었다. 그사이 물가는 계속 오르면서 직장인들의 실질소득은 줄었는데 과표나 세율 조정이 이뤄지지 않아 샐러리맨을 상대로 ‘자동 증세’가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가 이번에 소득세 과표 조정에 나선 배경이다. 기재부는 당초 올해 소득세 과표 조정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자동 증세’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태도가 바뀌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11일 기재부 업무보고를 받은 뒤 “중산층 세 부담 경감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오히려 총급여 1억2000만원 초과자에 대해선 근로소득세액공제 한도를 5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즉 고소득자의 경우 과표 구간 조정으로 세 부담이 줄어들지만 근로소득세액공제도 감소해 세 부담 경감 폭이 미미해진다. 총급여 3억원 직장인의 세 부담은 저세율 구간의 과표 조정에도 불구하고 공제액 축소로 세금 감소 폭이 0.3%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과표 물가연동제’도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고광효 기재부 세제실장은 “물가연동제로 매년 과표를 변경하면 과세체계가 지나치게 복잡해질 우려가 있다”며 “저율 구간이 확대돼 면세자가 늘어나는 문제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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