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7월 22일 15:0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병원에 환자가 오면 각종 진단을 진행하고 처방을 하는 것처럼 교육기관 역시 단순히 성적을 판정만 하는 게 아니라 학습의 결손이나 공백이 있는 영역을 찾아내 해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임재환 유비온 대표이사는 22일 한국경제와 인터뷰에서 “교육업계 빅테크 기업을 목표로 에듀테크 생태계와 교육기관과 교사, 학생들이 완전 학습을 달성할 수 있는 데이터 모형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이같이 말했다.
◆이러닝 회사에서 에듀테크 기업으로 진화
유비온은 에듀테크 기업이다. 연내 상장 목표로 지난 13일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 심사를 청구했다. 교육 콘텐츠인 이러닝(e-Learning) 사업과 개별 맞춤형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듀테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임 대표 등 6명의 발기인이 모여 2000년에 설립한 회사다. 당시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온라인 교육 서비스는 불모지였지만 임 대표가 지인과 선후배 등을 모아 온라인 교육 사업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결과다. 인터넷이나 IT 기반에 교육을 결합하는 일종의 교육의 DX(디지털 전환)를 꾀하는 회사가 목표였다.
임 대표는 “대기업에서 근무하면서 금융기관과 거래하는 업무를 맡았는데, 당시 금융 종사자들이 전문적인 교육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느꼈다”며 “인터넷 활성화로 유망한 사업 업종으로 게임과 이커머스, 교육 등을 생각했는데 금융 교육을 중심으로 교육사업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1세기 산업 구조에서는 전통적 자산보다는 인적 역량이 핵심 가치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임 대표는 “부동산과 공장보다 ‘어떤 회사의 인재가 우수하다’, ‘연구개발 또는 디자인 역량이 좋다’란 말이 더 필요한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며 “이전에는 생산시설로 최대 효율성을 내는 게 목표였다면 이제는 사람들의 잠재력을 최대로 확장해주는 게 사회의 최대 목표”라고 말했다.
유비온은 초창기 오프라인 강의를 촬영해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이러닝 사업을 펼치며 점차 고시와 부동산 공인중개사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금융·경제 분야 교육 브랜드인 ‘와우패스’가 그 중심에 있었다. 그 시기에 임 대표는 다시 한번 변화를 꾀했다.
임 대표는 “사세는 확장됐지만, 기본적으로 유비온은 테크 기반 회사인데 옛날 방식의 시장에서 통용되던 방식을 가져가는 것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됐다”며 “이에 2015년께 오프라인 자산을 매각하고 주요 교육 사이트를 분사시키면서 에듀테크를 기업의 핵심 정체성으로 재정립했다”고 말했다.
직접적인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이러닝과 달리 에듀테크는 교육기관과 교육자, 학생에게 학습 툴(tool)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예를 들어 학생 개개인에게 수준별로 필요한 학습 내용을 제공하고 인공지능이 학생의 공부 습관과 진도, 학습 성과 등의 보고서를 만들어 교육기관 또는 교사에게 제공한다. 교육기관이 이를 바탕으로 각 학생의 수준에 맞는 학습 목표를 재설정하면 빅데이터를 활용해 해당 학생에게 가장 알맞은 학습 내용을 제공한다.
임 대표는 “수포자(수학 포기자)가 많지만 분석해보면 수식을 못 푸는 게 아니라 수학 문제 지문을 해석하지 못해 못 푸는 경우도 많다”며 “이 경우 수학 선생님이 아닌 국어 선생님이 매주 독후감을 써오도록 하는 등 몇 주에 걸쳐 독해 능력을 키우는데 가장 필요한 교육”이라고 말했다.
◆플랫폼 고도화를 통한 글로벌 진출
현재 유비온의 매출 대다수는 에듀테크 산업에서 발생한다.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에듀테크 매출 62%, 이러닝 매출 38% 수준이다. 와우패스와 원격평생교육원(학점은행), 사이버연수원, 내일배움카드 등 이러닝 사업이 안정적 이익을 거두는 가운데 에듀테크 사업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유비온의 대표적인 에듀테크 플랫폼인 ‘코스모스’는 국내 대학 LMS(온라인 학습관리시스템) 시장점유율 1위다. 임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국내 400개 대학 중에 150개 대학만 온라인 학습 플랫폼을 갖고 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대학이 에듀테크 플랫폼을 도입했다”며 “각 대학에서 에듀테크가 1순위 투자 대상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아직 에듀테크 시장화가 덜 진행된 전국 1만2000여개의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지난 2020년 EBS 온라인 클래스를 개발·운영했고, 이어 하이디(Hydee)를 개발해 영향력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
향후 대학뿐 아니라 기업과 공공기관으로 고객 범위를 넓혀나갈 계획이다. 국내 교육 시장에서 가장 고품질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학 시장에서 코스모스의 경쟁력이 검증된 만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글로벌 진출도 단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외교부 산하 기관인 KOICA(한국국제협력단)와 EDCF(한국 대외경제협력기구) 등과 연계해 동남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등 총 14개국에 17건의 에듀테크 플랫폼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임 대표는 “국내 에듀테크 기업 중 해외에 포커싱을 둔 기업은 거의 없다”며 “우리는 삼성과 LG, KT 등 국내 글로벌 기업의 파트너로 일했기에 해외 경험도 풍부하다”고 말했다.
올해 클라우드 방식의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해 내년부터 국내외에서 시범 서비스를 운영할 예정이다. 고도화 비용 부담이 덜 한 데다 기업의 경우 전 세계에 직원들이 흩어져있는 만큼 클라우드 체계가 더 적합하다고 판단한다.
임 대표는 “에듀테크는 끊임없이 성장을 추구하면서 주주의 감시와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하는 게 필요한 산업이기에 상장을 결심했다”며 “현재 SaaS 개발과 글로벌 진출 등을 통해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재무적 확충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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