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만든 회사? 혁신 회사? 알아두면 좋은 '스타트업'의 기준 [긱스]

입력 2022-08-22 10:40   수정 2022-08-22 10:41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그런데 어디까지가 스타트업이야?" "스타트업은 기준이 뭐야?" 취재하다보면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질문들입니다. 스타트업은 국내 법규에도 그 규정이 없을 뿐더러 그 정의도 연구기관, 단체 등에 따라 제각각입니다.
그러는 동안 스타트업 창업은 가파르게 늘고 있습니다. 정부는 2020년 스타트업 창업 숫자가 12만개에 달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연간 벤처캐피털(VC) 투자금액은 7조원을 웃돌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은 이제 일상에서도 흔하게 사용하는 용어가 됐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막상 스타트업의 정의를 묻는다면 명확히 답할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이정훈 자이냅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한국창업보육협회, 인하대 창업지원센터에서 근무하고 스타트업 창업과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거치며 이를 고민해습니다. '스타트업은 대체 무엇이고, 왜 스타트업이어야만 하는가'에 대한 그의 결론을 한경 긱스(Geeks)에 풀어봅니다.
스타트업 통상 의미…‘기술 기반, 모험적 신생기업’

공부하다가 새로운 단어가 나왔을 때, 단어의 '정의(definition)'을 먼저 정리하는 이유는 'Define(de-완전한, fin-끝)'의 어원대로 그 완전한 이유를 명확하게 알기 위해서다. 스타트업이라는 용어는 일상에서 쓰이지만 여러 의미로 혼용되고 있다. 특히 사전적 의미로 정의된 범위에 맞지 않는 기업이 있을 뿐 아니라 국가에서 의미하는 개념도 모호하다. 따라서 그 의미를 명확히 하기 위해 사전적 의미와 통상적 의미, 그리고 국가기관에서 사용하는 의미를 찾아보고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스타트업의 정의를 찾아보려 한다.

통상적으로 국내 기사를 보면 스타트업이라는 용어는 '벤처기업(venture)'과 혼용해서 많이 사용된다. 벤처기업은 ‘고도의 전문 지식과 새로운 기술을 가지고 창조적/모험적 경영을 전개하는 중소기업(표준국어대사전)’이라 설명된다. 벤처기업의 모험적 경영이란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high risk-high return)'을 뜻하는 개념으로 봤을 때, 스타트업 기업과 유사한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인 듯 보인다.

스타트업의 사전적 의미로 검색해보면 ‘설립한 지 오래되지 않은 신생 벤처기업을 뜻하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용어(오픈사전)’라고 되어 있다. 실제 일반인들이 가장 많이 이해하고 있는 의미로 ‘설립한 지 오래되지 않은 기업’이라는 용어로도 많이 사용된다. 이는 ‘start’라는 단어의 의미 때문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국가에서 정의하는 개념으로 찾아보면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서 그 의미를 정의하고 있으며 2016년도 개정되어 ‘초기 창업자’라는 개념으로 스타트업을 칭하고 있다. 중소기업창업 지원법 제2조(정의) 2항에 따르면 초기 창업자란 창업자 중에서 중소기업을 창업하여 사업을 개시한 날로부터 3년이 지나지 않은 자를 말한다. 또한 벤처기업은 인증제도를 통해 명확히 하고 있다. 다른 관점으로 국가 기준의 명확한 구분은 아니지만 통상 창업기업 실태조사를 할 때 구분하는 기준을 보면 ‘기술 기반 업종 (제조업 또는 지식서비스업)으로 분류되는 업력 7년 미만의 창업 기업’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정리해보면 국내 사전적 혹은 통상적 의미를 해석해보았을 때 ‘초기기업’ ‘기술기업’ ‘모험적 기업’정도로 이해할 수 있는데 이는 벤처기업과 동일한 속성이다. 문제는 위와 같은 속성을 가지지 않으면서 존재하는 스타트업이 있다는 것이다. 이미 창업한 지 10년이 넘었으면서 뉴욕증시에서 시가총액 기준 300억달러(약 39조원) 가치의 쿠팡과 같은 스타트업도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위와 같은 속성을 나열해서 스타트업을 다 설명할 수 없다.
해외는 ‘문제에 대한 해결’이 키워드
앞서 스타트업의 의미를 국내의 사전적, 통상적 의미로 접근해서 그 의미를 찾아보았다. 반대로 스타트업의 본고장 미국에서는 스타트업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보면서 그 의미를 찾아가 보고자 한다.

스타트업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제품 개발 방법론 중 하나로 ‘린 스타트업(Lean Startup)’이 있다. 그 분야의 가장 잘 알려진 에릭 리스의 ‘린 스타트업’ 책에 따르면 스타트업의 정의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A startup is a human institution designed to create a new product or service under conditions of extreme uncertainty.’ 직역해보면, 스타트업은 극도로 불확실한 조건에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도록 설계된 기관으로 정의된다.


미국 벤처캐피털(VC) 업계에서는 스타트업을 또 다른 관점에서 정의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빅4' VC인 세쿼이아캐피털은 1972년 설립되어 구글 링크드인 엔비디아 오라클 스퀘어 유튜브 등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대형 VC 중 하나다. 스타트업 업계에서 세쿼이아캐피털의 사업계획서 양식은 국내에서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사업계획서의 표준으로 사용된다.

사업계획서 목차를 보면 기업 목적 소개를 제외하고 제일 처음 나오는 주제는 바로 ‘문제(Problem)’이다. 다음 주제가 ‘문제에 대한 해결(solution)’이지만 사실상 심사역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이 솔루션보다 문제이며, 심지어 솔루션이 좋지 못하더라도 문제가 좋으면 투자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미국에서 스타트업을 정의할 때 사용되는 키워드는 ‘새로운 방법(혁신적인 방법)’ ‘문제 해결’로 뽑아볼 수 있다. 좀 더 풀어서 설명하면 스타트업은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해석된다. 이러한 개념으로 해석한다면 창업한 지 10년이 넘고 수십조의 가치를 가진 쿠팡도 테슬라도 모두 스타트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K사는 대기업일까 스타트업일까’라는 주제로 블로그 글을 본 적이 있다. 국내 1등 메신저 기업이었는데, 빠른 성장을 통해 다양한 계열사를 만들어낸 기업이었다. 물론 대기업의 기준은 국가에서 지정하고 있지만 글의 주제는 그런 의미로 접근한 것이 아니라 스타트업의 정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어서 기억에 남았다. 주요 골자는 독보적 브랜드를 이용해 혁신이 없는 문어발식 사업 확장하는 방식에 대해서 스타트업 정신을 잃었다는 내용이었다. 위에서 정의한 ‘시장의 문제를 해결한 혁신적 서비스’를 스타트업의 기준으로 본다면 이 기업은 더 이상 스타트업 일수 없을 것이다.
존재의 의미를 안다면, 달라질 수 있다
국내 스타트업 성장을 위한 투자 및 인프라 환경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매우 큰 발전을 이루었다. 특히 정부에서의 지원이 눈에 띄는데 중소벤처기업부의 지난해 ‘창업 생태계 30년의 변화 분석’ 자료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원금은 2010년 1439억원에서 2020년 8492억원으로 약 6배가 증가했다. 스타트업이 바라보는 정부 역할 기여도 점수도 2016년도 44점에서 2020년도 66.5점으로 증가할 만큼 지원이 크게 체감될 정도다.

앞으로도 스타트업 환경은 과거에 비해 더욱 좋아질 것이고 더 많은 사람이 창업과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질 것이고, 성공사례도 더욱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존재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환경의 발전이 스타트업 성공 가능성 자체를 담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직도 5년 차 스타트업의 생존율은 30%가 채 되지 않는다. 또한 지난해 누적 투자금 총액 중 절반을 30개 사에서 가져갔다. 소수의 눈부신 성장을 거둔 몇몇 스타트업의 성공 신화를 제외하고 다시 보면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질적 성장을 이루지 못한 채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국내 스타트업 투자 환경은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신생기업들은 시장의 요구만큼 충분히 성숙하지 못했다. 사례들을 보면 투자받기 위해 혁신이 없는 보여주기식 서비스 개발 기업 증가, 특정 사업 분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전하는 것이 아닌 투자 받기 좋은 사업 분야로의 쏠림 현상, 스타트업에 투자 성격으로 지원하는 경진대회 지원금만 노리는 상금 사냥꾼 등 진정한 혁신과 문제해결이라는 스타트업의 의미도 모른 채 수적인 성장만 지속되는 부작용도 분명 존재한다.

스타트업은 그 본질,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성이 없다면 그 존재 의미를 잃게 된다. 시장은 냉혹하다. 존재의 의미가 없이 그저 좋은 투자환경에서 투자받아 사업해보고 안되면 말자는 마인드로 시작된 스타트업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최근 전 세계적인 코로나 팬데믹과 더불어 세계적 경기 침체 등으로 기업 환경의 어려움도 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장의 꼭 필요한 문제 해결로부터 시작되는 스타트업의 필요성은 앞으로도 더욱 중요해 질 것이다.

‘Remember who you are.’ 디즈니 명작인 라이온킹의 대사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잃어버린 주인공에게 아버지가 해주는 말이다. 국내 스타트업 기업들이 진정한 스타트업의 정의(正意)를 알고 시장의 문제를 찾아 혁신적으로 개선에 나갈 때, ‘K-문화’라는 타이틀로 세계를 호령하는 것을 넘어 ‘K-Startup’이 라는 타이틀이 글로벌 스타트업 업계를 선도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이정훈 자이냅스 최고운영책임자(COO)

“미래에는 화석연료보다 지속이 가능한 에너지가 더욱 중요한 자원일 것이다.”(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
스타트업이야말로 국가가 지속 가능하기 위한 필수 에너지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에서 많은 창업가가 딥테크 스타트업에 도전하고, 미래에는 K-Startup이 한국을 견인하는 든든한 에너지로 성장하길 응원합니다.

△삼일회계법인 창업지도사
△한국창업보육협회 Business Incubator 전문매니저
△인하대학교 산업공학 박사과정 수료
△인하대학교 창업지원센터 창업지원부실장
△웨이버스 최고경영자(CEO)
△(現)자이냅스 최고운영책임자(C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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