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를 말할 때 항상 따라붙는 이미지다. 그 앞에서 인간은 항상 죄인이 된다. 인간은 과잉 소비로 지구를 망가뜨리는 주범으로 묘사된다. 탄소배출 감축에 동참하지 않는 나라에는 어김없이 지구를 망치는 ‘기후 악당’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과연 사실일까. 스티븐 E 쿠닌 뉴욕대 물리학과 교수는 《지구를 구한다는 거짓말》에서 ‘인간이 기후변화를 초래했다’는 주장에 반기를 든다. 그는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에너지부 과학 담당 차관을 지내며 에너지·기후 관련 정책을 맡았다. ‘지구를 구하는 일’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다.
그랬던 그가 기후과학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 것은 2014년이었다. 미국 물리학회(APS)로부터 기후 관련 공개 보고서를 업데이트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5명의 기후 전문가와 함께 데이터를 수집했다. 작업이 끝날 때쯤 그는 기후과학이 예상보다 학문적 완성도가 훨씬 떨어진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데이터의 오류’ 때문이다. 기후과학 연구논문에 담긴 데이터 중 일부가 요약본과 언론 보도 등을 거치면서 생략되거나 과장된다는 것이다.
기온 상승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지난 수백년간 지구가 따뜻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최고 기온이 아니라 최저 기온이 상승한 결과였다고 분석한다. 최고 기온은 지난 50년간 상승하지 않았다. 그린란드의 빙하가 줄어드는 속도는 80년 전과 비슷하다. 저자는 지구가 온화해지고 있는 것일 뿐, 디스토피아와 같은 ‘불타는 지구’는 없다고 결론 낸다.
저자는 달성 가능성이 낮은 탄소중립을 강요하는 것보다 변화하는 기후에 따라 생산하는 농작물을 바꾸거나, 장기적인 해수면 상승에 대비해 섬과 해안가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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