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한국화 산맥 속에 홀로 서다…박대성 '경주 남산'

입력 2022-07-22 17:27   수정 2022-07-23 00:07


박대성 화백(77)은 현대 한국화를 대표하는 거장이다. 그는 6·25전쟁 중 부모를 여의고 왼팔까지 잃었지만 독학으로 한국화에 매진해 독보적 화업을 이뤘다. 겸재 정선부터 이상범, 변관식으로 내려오는 진경산수화의 명맥을 이으면서도 독창적인 방식으로 한국화의 현대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환담장에 그의 작품이 걸렸고,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에도 그의 작품 ‘일출봉’이 포함돼 있다.

국가대표급 작가인 그도 올해처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적은 없었다. 독일 베를린의 주독일 한국문화원 전시와 카자흐스탄 국립미술관 전시, 미국 하버드대·다트머스대 미술관, 이탈리아 로마의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 등 해외 전시가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전시는 지난 1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LA카운티 미술관(LACMA) 레스닉 파빌리온에서 개막한 ‘박대성: 고결한 먹과 현대적 붓’이다.

LACMA는 미국 서부에서 가장 규모가 큰 미술관이다. 박 화백은 이곳에 자신의 ‘금강산’(2004년), ‘불국사 설경’(1996년) 등 대형 작품 6점과 함께 소품 2점을 걸었다. 가장 한국적인 그림이 세계 미술의 중심지 중 한 곳에 당당히 걸린 것이다.

‘경주 남산’(2017년)은 박 화백이 신라인의 기상이 깃든 산과 숲의 풍경을 담아낸 작품이다. 박 화백은 2000년 경주 남산 자락에 정착한 뒤 신라의 역사와 인근 풍경을 소재로 한 그림을 발표해왔다. 가장 한국적인 소재들을 현대적이고 세련되게 담아낸 솜씨가 일품이다. 담대함과 섬세함을 겸비한 붓질, 농묵·담묵의 조화, 역동적인 구성 등도 탁월하다는 평가다. 전시는 12월 11일까지 열린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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