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상화가 늦어지면서 당면한 위기 극복을 위한 주요 법안에 먼지만 쌓였다. 국회 공백기인 지난 50여일간 발의된 법안은 유류세 인하폭 확대, 임대차 3법 개정안 등 민생 법안을 포함해 700여 개에 달한다. 전반기 국회 때 계류된 법안까지 합치면 1만1000개가 넘는다. 이제라도 국회가 정상 가동에 들어간 만큼 시급한 경제 활성화, 민생 법안 심의에 속도를 내야 하지만 산 넘어 산이다. 법인세 부동산세 소득세 등의 부담을 완화한 ‘2022년 세제개편안’을 정부가 내놓자마자 거대야당 민주당이 대기업 특혜와 ‘부자 감세’ 프레임부터 씌워 저지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전운이 감돌고 있다.
하지만 야당이 과거 이념적 코드에 사로잡혀 새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법안 처리에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의 선택을 받은 정부가 자신들의 정책적 이상을 구현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는 게 정치적 도의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지난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원내 제1당으로서 경제와 민생을 제대로 챙기는 일이라면 초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나. 여당과 야당이 사용하는 ‘민생’이라는 단어의 뉘앙스가 다르다는 점은 알고 있지만, 지금은 여당의 시간이다. 견제와 비판은 하되, 다수의 힘을 앞세워 정부 발목을 잡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국민의힘도 비상한 각오로 심기일전하면서 야당과 생산적 관계를 구축해나가야 할 엄중한 책무가 있다. 야당 협조를 끌어내지 않고선 법안 하나도 처리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전 정권 탓을 하고, 권력 투쟁에 몰두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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