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 수거책 역할을 맡아 피해자들로부터 1500여만원을 뜯어낸 50대 남성이 징역형에 처해졌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2단독(장영채 판사)은 지난달 7일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 수거책으로 일하다 붙잡혀 사기,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53)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3월 하순경 재한 중국인들의 구인·구직 정보공유 사이트에서 알게 된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현금 수거책 업무를 수행하면 일당으로 15만원을 주겠다”는 제안받고 범행에 가담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남편이나 배우자가 해외에 나가 있는 피해자들을 노렸다. 지난 3월 30일 조직원들은 피해자 B씨(49)에게 외국 출장 중인 남편을 사칭해 “칼에 찔렸다”며 고통스러워하는 앓는 소리를 들려줬다. 이어 다른 조직원이 “당신 남편은 납치됐다”며 “돈을 내놓으면 병원에 보내주겠다”고 협박했다.
연기에 속아 넘어간 B씨가 돈을 주겠다고 약속하자 현금 수거를 맡은 A씨는 같은 날 밤 8시 30분경 서울 신촌역 부근에서 남편을 납치한 세력의 지인처럼 행세해 피해자로부터 현금 850만원을 받아냈다.
조직은 이틀 뒤인 4월 1일에도 같은 수법의 범행을 저질렀다. 외국 출장 중인 아내를 사칭하며 “납치·강간을 당했고 총으로 협박당하고 있다”고 피해자 C씨(52)를 속인 뒤 현금을 요구했다. 이에 속은 C씨가 현금을 주겠다고 약속하자 A씨는 서울 교대역에서 피해자로부터 현금 700만원을 수거했다.
A씨는 조직의 범행을 숨기기 위해 보이스피싱 조직이 알려준 계좌로 돈을 송금하면서, 입금인 인적 사항에 보이스피싱 조직이 알려준 제3자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고 금액을 쪼개서 보내는 등 치밀한 수법을 사용했다.
재판에서 피고인 측은 “카지노 환전을 위한 돈 심부름 업무를 하는 줄 알았다”며 “송금한 돈이 범죄수익인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송금방식 등으로 미뤄볼 때 비정상적인 업무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는 점을 들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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