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서비스 발전으로 산업이 분화하고 신종·특수 환경의 노동 형태가 우후죽순처럼 등장하면서 이들 종사자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냐 아니냐 하는 소위 ‘근로자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근로자성 판단의 주된 기준은 사용 관계에서 인적 종속과 경제적 종속성 여부지만, 정부와 법원 판단이 사안별로 엇갈리면서 혼란과 갈등을 키우고 있다. 이달 초 법원이 “택시 호출 서비스인 타다 운전기사는 근로자”라는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을 뒤집었다. 지난 5월엔 보험회사 위탁계약형 지점장이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두고 대법원에서 엇갈린 판단이 동시에 나오기도 했다. 근로자로 인정받으면 최저임금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고용보험법 등의 모든 보호를 받고, 개인사업자라면 보호받을 수 없는 현 구조는 시대착오적이다. 정규직 근로자와는 다른, 소위 긱(gig)으로 불리는 독립계약자 역할을 수행하는 종사자를 경직된 이분법적 잣대로 구분하려는 시도부터 비합리적이다. 더구나 우리 근로기준법은 1953년 전형적인 공장노동자 보호를 위해 제정한 것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노동 변화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의 특수형태 고용직부터 플랫폼 종사자까지 근로자 여부를 둘러싼 분쟁이 갈수록 증폭되는 배경이다.
이제 근로자와 자영업자 사이에 ‘제3의 영역’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새롭게 출현하는 특수형태 종사자를 위한 별도의 권리 규정과 보호 방안을 마련하는 식으로 정책과 법 시스템을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새로운 노동 방식을 근로자와 자영업자 중 하나에 꿰맞추는 구태로는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오는 거대한 고용 변화를 수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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