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전략을 택한 것은 한화그룹만이 아니다. 포스코그룹은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포스코에너지 합병을 결정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가스전을 보유한 포스코인터내셔널이 LNG터미널발전소를 갖고 있는 포스코에너지를 흡수해 LNG사업 밸류체인을 일원화하려는 포석이다. 동시에 양사가 보유한 약 1조5000억원의 현금을 활용해 LNG터미널 추가 인수, LNG발전소 확충 등에 적극 나섬으로써 사업을 한층 고도화할 기반도 마련할 수 있는 전략이다.
기업들은 점유율과 브랜드 파워를 키우고 이를 통해 ‘규모의 경제’ 효과도 누리기 위해 합병에 나서고 있다. KT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자사 서비스인 시즌과 CJ그룹의 티빙을 합병하기로 이달 발표했다. 합병 법인은 넷플릭스에는 뒤지지만 웨이브(SK텔레콤 운영)를 제치고 가입자 기준 국내 1위 사업자로 부상하게 된다.
롯데그룹도 계열사인 롯데제과와 롯데푸드로 나뉜 빙과사업을 합쳐 시장점유율 44%의 대형 빙과 사업체로 재탄생시켰다. 점유율 선두였던 빙그레(점유율 40%)를 넘어 국내 1위 사업자로 단숨에 뛰어올랐다.
작년 말 SK㈜가 SK머티리얼즈를 합병한 게 단적인 예다. SK머티리얼즈는 다수의 자회사와 함께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첨단소재사업을 영위했다. 합병 이전에는 현금이 넉넉한 SK㈜가 SK머티리얼즈 자회사까지 직접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었지만 합병으로 지배구조가 단순화돼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한화가 흡수합병을 검토하고 있는 한화건설도 자체 신용등급(A-)으로는 채권 발행 등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합병할 경우 합병법인인 ㈜한화의 신용등급(A+)을 바탕으로 재원 확보가 한층 수월해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한 전략 컨설팅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대기업 계열사 간 합병 목적이 중복 사업부 통합을 통한 인력 구조조정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기업 체질 강화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사업 재편이 핵심 목표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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