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과 인접한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660가구) 재건축 조합은 최근 용산구로부터 재건축초과이익 환수금 예정액으로 1인당 7억7000만원을 통보받았다. ‘재건축 부담금’ 예정액으로 역대 최고금액이다. 재건축초과이익 산출 기관인 한국부동산원과 조합 간 시세 평가가 달라 부담금이 조합의 예상치를 크게 웃돈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 관계자는 “예상했던 금액의 두 배에 육박해 모두 혼란스러워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분양가 상한제, 안전진단과 함께 ‘부동산 정비사업 3대 규제’로 꼽힌다. 과도한 부담금이 재건축을 통한 주택 공급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정부는 다음달 발표할 ‘250만 가구+α 공급방안’에 기존 최저 3000만원인 부담금 부과 기준을 상향하는 등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규제를 완화할 방침이다.
한강맨션 조합은 재건축 부담금이 터무니없게 높다는 입장이다. 부동산원과 조합 간 입장 차는 서로 다른 단지 시세 산정 방식에서 비롯됐다. 부동산원은 한강맨션 시세를 3.3㎡당 약 8000만원으로 보고 사업 종료 시점 주택 가격을 1억원으로 추정했다. 반면 조합은 실거래가 등을 근거로 시세를 6400여만원으로 보고 종료 시점 주택 가격은 8000만원으로 판단했다. 현재 부담금은 종전의 35층 설계에 맞춰 책정된 것으로, 조합은 추후 68층으로 설계변경을 한 뒤 재건축 부담금 산정을 다시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원이 재건축으로 얻은 이익의 일정 부분을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2006년 법률로 제정된 뒤 주택시장 침체 등으로 2017년까지 유예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18년 1월에 부활해 2020년 부과 절차에 들어갔다.
그러나 아직까지 실제로 부담금이 징수된 단지는 없다. 이미 준공한 서초구 ‘반포현대’(반포센트레빌아스테리움·108가구)와 서대문구 연희동 ‘연희빌라’(서해그랑블·146가구)는 지난 3~4월 중 확정 부담금이 부과될 예정이었으나 잠정 중단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규제 완화 방안으로 초과이익 환수 면제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고 있다. 현행 3000만원인 면제 기준을 최대 1억원으로 올려 부과 대상을 줄이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초과이익 부과 개시일을 기존 추진위원회 설립일에서 조합설립 인가일로 변경해 장기간 사업 추진에 따른 가격 변동성을 줄이는 방안도 있다. 이와 함께 3000만원을 초과하면 구간별로 10%부터 50%까지 적용하는 부과율을 낮추는 방안도 거론된다. 1주택 장기보유자에게는 부담금을 감면해주고 부담금 납부를 미뤄주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관련 규제를 완화하려면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기본적으로 규제 완화를 반대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도시정비사업 담당 임원은 “최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뿐만 아니라 공사비 상승과 주택경기 침체로 정비사업 진행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도심 주택 공급의 70%가량을 담당하는 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대폭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재건축 사업을 통해 조합원이 얻은 이익이 1인당 평균 30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이익의 최대 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 전국 63개 단지, 3만3800여가구에 부담금 예정액이 통보됐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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