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청이 도시공원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무허가 건물을 수용해 공원에 편입시키려했으나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강동혁 부장판사)는 건물주 A씨가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 인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종로구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을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도시공원일몰제 앞두고 A씨 건물 공원 편입한 종로구청
A씨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소유한 건물과 토지는 현대미술·복합예술 관련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로 쓰이고 있다. 해당 건물은 1957년 적법한 건축허가를 받지 않고 신축됐고, 현재 미등기 상태에 있는 건물이다.
이 토지는 1940년 조선총독부가 삼청공원 일대를 공원으로 조성할 당시부터 공원 구역에 포함됐다. 이후 한차례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돼 공원에서 제외됐다가, 2013년 4월 개발구역이 해제돼 다시 공원 구역이 됐다.
서울시는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2020년 1월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용지 중 도시계획시설(공원)로 유지되는 토지는 실시계획을 작성하고 인가하라"고 구청에 지시했다. 도시공원 일몰제란, 공원 구역으로 지정된지 20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원이 만들어지지 않은 구역은 도시공원 구역에서 해제하는 제도다.
이에 종로구청은 2020년 6월 29일 A씨 소유 건물 및 토지를 수용해 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내용의 고시를 냈다. A씨는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내고 대리인 선임 없이 '나 홀로 소송'으로 맞섰다.
法 "미등기 건물이지만 재산세 내고 있어...보호가치 있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해당 건물을 수용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공익보다 침해되는 사익이 크기 때문에 '비례의 원칙 위반'이라는 것이다. 도시 일몰제시행과 맞물려 이뤄지는 토지 수용 등은 해당 부지를 최종적으로 공원부지로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얼마나 크고 분명한지, 토지 수용 등으로 발생할 재산권 박탈 등의 사익의 침해의 정도가 어느정도인지를 고려해 이뤄져야 한다.
구청 측은 A씨 소유 건물이 미등기 건물이므로 보호 가치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가 재산세를 납부해 왔으므로 보호 가치가 없는 재산권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구청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재판부는 "전체 공원 면적에서 이 사건 부동산이 차지하는 면적은 불과 0.07%"라며 "굳이 수용해 추가로 조성하더라도 활용도가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는 A씨가 소유한 건물 맞은편에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구역이 있어 공원이 되더라도 삼청공원과 연결될 수 없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재판부는 아울러 종로구청이 군사기지에도 공원을 조성하겠다고 계획한 점을 지적하며 "당초부터 실현 가능한 공원 조성계획을 수립한 게 맞는지 상당한 의문이 든다"고 했다. 구청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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