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낮춘 급매도 안 팔려"…폐업 고민하는 공인중개사들

입력 2022-07-26 06:42   수정 2022-07-26 16:53


정부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완화방안을 발표한 후 시장 매물이 감소하고 있다. 일선 공인중개사들 사이에서는 당분간 거래절벽이 한층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졌다.

26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정부가 종부세 개편안을 발표한 21일 6만4046건에서 지난 25일 6만2709건으로 2.13% 감소했다. 그간 매물이 증가하면서 이달 초만 하더라도 6만5988건까지 늘었지만, 종부세 개편안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에 감소세로 돌아서더니 발표 이후 급격히 줄었다.

21일부터 25일까지 자치구별 매물 감소세를 보면 중구가 797건에서 770건으로 3.5%, 서초구가 4239건에서 4098건으로 3.44% 감소했다. 이어 구로구가 3048건에서 2947건으로 3.42%, 영등포구가 3008건에서 2914건으로 3.22%, 송파구가 4219건에서 4100건으로 2.90% 줄었다.

일선 중개사무소에서는 매수자에 이어 매도인도 사라지고 있다고 호소한다. 마포구 신수동 A 중개사무소는 "올해 들어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었는데 이젠 집주인들도 매물을 내려달라고 한다"며 "가격을 1억원 이상 낮춘 급매물도 팔리질 않는데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니 개점휴업 신세를 면치 못하겠구나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참에 여름휴가나 길게 다녀오려 한다"고 했다.
종부세 개편에 "매물 내려주세요"…서울 매물 2.13% 감소
시장에서 매물이 줄어드는 이유는 종부세 개편안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정부의 개편안에는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제도 폐지 및 세율 인하 등 내용이 담겼다. 그간 다주택자는 1.2~6.0%의 중과세율이 적용됐지만, 개편안에 따르면 주택 수와 관계없이 동일한 세율이 적용된다. 기본 세율도 현재 0.6~3.0%에서 0.5~2.7%로 내려간다. 300%였던 다주택자의 세 부담 상한도 150%로 조정된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 팀장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마포래미안푸르지오'와 '은마아파트' 전용 84㎡를 1채씩 보유한 다주택자가 2023년에 내야 할 보유세(종부세+재산세)는 기존 1억2632만원에서 3049만원으로 9583만원 줄어든다. 그간 중과제도로 인해 '똘똘한 한 채'만 남기고 나머지 주택 정리에 나선 다주택자가 많았지만, 이젠 다주택을 급하게 정리할 이유가 줄어든 것이다.


성북구 종암동의 B 중개사무소 관계자도 "이미 매물을 내놓을 다주택자들은 대부분 내놓은 상태"라며 "그간 보유세 걱정에 가격을 크게 낮춘 급매물만 드물게 거래가 이뤄졌는데, 보유세 부담이 줄어들면 굳이 호가를 낮출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달에 (매매) 거래를 한 건도 따지 못했다"며 "주변 중개사들도 진지하게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보유세 대폭 줄어…"급매 내놓을 이유가 없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1060건에 그쳤다. 지난해 6월 3942건과 비교해 3분의 1도 되지 않는 수준이고 2년 전인 2020년 6월 1만5623건에 비하면 93.3% 급감했다. 그나마도 중개사무소를 거치지 않는 증여성 직거래가 절반에 달할 것이라는 게 현장의 평가다.

거래절벽이 심화하면서 폐업하는 중개사무소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폐업한 사무소는 314곳으로, 전월 188곳에 비해 67% 급증해 올해 최다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들의 급매 물량이 줄어들면서 거래절벽이 한층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다주택자들이 종부세 부담을 이유로 급하게 증여하거나 매각을 결정하지 않아도 될 시간을 벌게 됐다"며 "수도권의 교통망 확충지, 신축주택 부족지 등 업무지구 인접 주택은 종부세 경감으로 매각보다 보유로 돌아설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만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을지는 미지수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부자 감세'라며 완강히 반대하고 있어 원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 발표 직후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주택자나 불가피한 2주택자 등에 대해서는 가급적 두터운 보호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도 "3주택 이상 혹은 불필요한 주택 소비를 통해 과도한 부동산 불로 소득을 얻으려는 것까지 동의하긴 어렵다"고 강조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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