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래미안과 현대 디에이치, '울산 B04(북정·교동)구역' 재개발 수주전 격돌

입력 2022-07-25 18:10   수정 2022-07-25 18:19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울산 중구의 주택 재개발사업 수주전에 나란히 뛰어들었다. 주택 경기가 주춤한 가운데 국내 시공능력평가 1·2위 두 건설사가 자존심을 걸고 입찰 경쟁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건설·도시정비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다음달께 예정된 울산 중구 B04(북정·교동)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시공사 선정에 입찰참여 의향서를 제출했다. 이 조합은 지난달 총회를 열어 기존 시공사인 롯데건설·GS건설 컨소시엄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이 사업은 구도심을 재개발해 총 4080가구를 짓는 것이다. 예상공사비만 1조원을 웃돌고 총사업비는 2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합원이 1035명으로 5%가량의 임대주택을 제외하고도 약 2800가구의 일반분양 물량이 나오는 알짜 사업장으로 꼽힌다.

당초 조합과 시공사인 롯데·GS건설 사이의 공사비 협상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롯데건설이 프리미엄 브랜드 '르엘' 사용을 거부하면서 결국 공사계약을 해제했다. 조합 관계자는 "조합 집행부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이권을 노린 업체의 개입 없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섰다"고 말했다. 그러자 선호도가 높은 '래미안' 브랜드를 보유한 삼성물산이 곧바로 수주에 나섰다. 현대건설도 고급 브랜드 '디 에이치'를 내세워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그룹의 중요 거점인 울산 도심에서 대형 주택 사업를 놓칠 수 없다는 자존심 때문에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사들이 최근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면서 경쟁을 피하고 수의 계약으로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대형 건설사 두 곳이 경쟁에 뛰어들어 최근 수주 흐름과 반대 모습을 보여 관심을 끈다. 게다가 최근엔 공사비 급등으로 재건축·재개발 조합과 시공 계약 해지도 잇따르는 데다 조합이 ‘공사비에 물가인상분 미반영’는 등 까다로운 계약 조건을 내놓으면 수주를 포기하는 모습도 포착되고 있다.

선별 수주로 올해 수주액이 1조원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삼성물산은 정직한 공사비 산정과 래미안 브랜드를 앞세워 조기에 사업을 수주하려는 전략이다. 현대건설은 상반기에만 5조6988억원 규모 물량을 수주하는 등 외형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내부적으로 홈그라운드인 울산의 알짜 현장을 수주 리스트에 추가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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