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피한 경우도 없지 않겠으나 이전 정부에 비해 크게 늘어난 예타 면제 규모는 아무리 봐도 지나치다. 94개 사업, 25조원 규모의 예타를 면제한 박근혜 정부의 약 5배, 90개 사업의 예타를 면제해 61조1000억원의 사업비를 집행한 이명박 정부의 약 2배다. 두 정부의 예타 면제 금액을 합쳐도 문재인 정부의 71.7%에 그친다.
국가재정법이 규정한 다양한 예타 면제 요건 중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것이 지역 균형발전,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 등을 위한 국가 정책적 사업이다. 정부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예타 면제를 결정한 비중이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는 각각 33.1%와 24.1%에 그쳤으나 문재인 정부 때는 76.5%에 달했다. 국무회의에서 의결만 하면 예타 없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제도의 편리함을 너무 악용한 것 아닌가. 국가 재정뿐 아니라 본인 살림도 이렇게 방만하게 운영하는 건지 묻고 싶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 사업은 예타 면제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가덕도 신공항 사전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당초 부산시가 발표한 계획보다 사업비는 약 2배(13조7000억원) 들고, 개항 시기는 6년 늦은 2035년 6월께다. 2030 부산엑스포에 맞춰 개항하기도 어렵다는 얘기다. 비용편익분석(B/C)도 0.51∼0.58로 나와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아동수당 신설(13조4000억원),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9조7000억원), 청년 일자리 대책(8조4000억원), 한국판 뉴딜(6조7000억원) 등의 예타도 이런 식으로 면제했다.
검증 없이 재정사업을 벌인 결과는 국가채무의 급증이다. 2016년 말 591조9000억원이던 국가채무는 현재 1043조원(국회 예산정책처 국가채무시계 기준)으로 불어났다. 윤석열 정부가 재정건전성 제고를 위해 내달 중 예타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고 한다. 향후 예타 면제를 남발하지 않도록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은 물론 이미 면제한 사업이라도 되돌릴 수 있는 것은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사후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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