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택 공급 늘리려면 재건축부담금 확 낮춰야

입력 2022-07-25 17:27   수정 2022-07-26 06:44

서울 이촌동 한강맨션 재건축조합이 용산구로부터 조합원 1인당 7억7000만원에 이르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금(재건축부담금) 예정액을 통보받았다고 한다. 기존 최고액인 성수동 성수장미아파트(5억원) 수준을 훌쩍 뛰어넘은 데다, 조합 예상치의 두 배에 육박하는 금액이어서 해당 조합원들은 물론 다른 재건축 예정 단지 주민들까지 놀라고 있다.

재건축부담금은 준공 이후 약 1년 이내에 납부해야 해 부담이 상당하다. 납부 연기나 분할 납부가 가능하지만, 사업 손실이나 질병·상해, 담보 제공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된다. 주택 양도 때까지 납부를 이연해주는 제도도 없다. 사실상 미실현 이익에 부과하는 것이다. 1주택자인 조합원들로선 부담금 납부가 막막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부담금 규모가 커지면 재건축조합들이 사업을 적극 추진하지 못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실제 노무현 정부가 당시 집값을 잡겠다며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을 제정·시행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쳐 국내 재건축사업은 거의 올스톱됐다.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해와 박근혜 정부 때인 2012년부터 2017년 말까지 재건축부담금을 면제해주는 특례조치를 취한 뒤에야 주요 재건축 사업이 속속 재개된 전례가 있다. 비록 2018년 집값 급등 때문에 특례조치를 마감하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부활시켰더라도 이런 시장 구조를 안다면 시장친화적인 후속 개선 작업에 나서야 했다. 그런 과제를 소홀히 한 대가가 막대한 재건축부담금과 공급 지연 우려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재건축부담금은 양도소득세가 엄연히 부과되는 상황에서 이중 규제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법률은 입법 목적을 ‘주택가격 안정과 사회적 형평을 도모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실상은 재건축을 어렵게 해 주택 공급을 제때, 필요한 양만큼 못하게 하고, 결국 주택가격을 불안하게 만들 공산이 크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조합원과 입주자, 무주택 국민까지 이익의 균형을 맞추는 개선책을 내겠다고 한다. 환수금 면제 기준을 높이든, 초과이익에 대해 10~50%씩 매기는 환수 비율을 낮추든 도심 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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