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서 예타 면제를 받은 대규모 사업 중엔 아동수당처럼 국민에게 현금을 직접 나눠주는 ‘현금성 사업’이 다수 있었다. 이전 정부가 주로 토목·건설 사업 추진을 위해 예타 면제를 해줬던 것과 달리 문재인 정부는 현금성 복지 지원에도 예타 면제를 남발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긴급재난지원금’이란 이름으로 추진된 전 국민 지원금도 마찬가지였다. 기획재정부가 소득 하위 80%에게 선별 지급하는 것으로 정책 초안을 짰지만 이후 전 국민 지원금으로 탈바꿈했다. 이 과정에서 정책이 실제 취약계층에 도움이 될지,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재정이 적절하게 쓰이고 있는지 등 타당성은 평가되지 않았다.
2019년엔 지역균형 발전을 이유로 23조1000억원 규모의 각종 건설사업 예타가 면제됐다. 김천~거제 구간 남부내륙철도 건설(4조7000억원), 평택~오송 철도 이중 복선화(3조1000억원) 등이 그런 사례다. 지난 4월 예타 면제가 결정된 가덕도 신공항 사업은 사업비가 13조7000억원에 달하는 데다 국토교통부가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이 0.51~0.58에 그친다고 지적했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예타가 면제됐다. 경제성이 있으려면 비용 대비 편익이 1 이상이어야 한다.
예타 면제 조건은 국가재정법에 정해져 있다. 국방 관련 사업, 도로 등 노후시설 개선, 문화재 복원 사업, 재난예방을 위해 시급히 추진해야 하는 사업 등이다. 문재인 정부는 예타 면제 조건 중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이 있다는 점을 이용해 예타 면제를 남발했다. 문재인 정부의 예타 면제 사업 중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의 비중은 76.5%로 박근혜 정부(24.1%), 이명박 정부(33.1%)의 두 배를 넘었다.
정부는 우선 국가재정법에 규정된 요건을 더 엄격히 적용해 예타 면제 남발을 막기로 했다.
예타 면제사업의 사후관리도 강화한다. 예타 면제 후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를 통해 사업의 효과를 다시 평가한다.
예타 제도 자체의 신속성과 유연성은 높이기로 했다. 신속예타 절차를 도입해 현재 9개월가량인 조사 기간을 6개월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사회간접자본과 연구개발 사업의 예타 대상 기준은 물가 상승을 감안해 총사업비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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