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집 <개화산에 가는 이유>는 의사시인회 회장을 맡고 있는 홍지헌 서울 강서·연세이비인후과의원장과 18명의 의사들이 참여했다. 의사시인회는 신간 시집을 두고 “만물의 공동터전인 이 지구촌을 살리고, 모두가 다같이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의사-시인, 아니, 시인-의사들의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합창이라고 할 수가 있다”고 자평했다.
시집에는 모두 54편의 시가 실렸다. 시인-의사들은 세계적인 대유행병 코로나 시대에, 의사 시인으로서의 자아와 인간존재에 대한 성찰의 시를 썼고, 존재의 쓸쓸함과 우울함에 대한 시도 썼고, 현대문명을 비판하거나 서정적인 낭만을 노래한 시도 썼다.
의사들이 지은 시다보니 병원 생활의 애환을 그린 작품도 눈길을 끈다. 치료를 잘 해달라며 권력과 친분으로 으스대는 환자와 환자의 가족 또는 지인을 넌지시 꾸짖는 시도 그 가운데 하나다.
브이아이피 증후군(김기준)
잘 좀 봐주세요 명함을 내밀며 어느 자리에 있고 누구랑 친하며 이러지들 좀 마세요
푸른 지붕 근처에 마취하러 갔더니 눈 감고도 집어넣던 주사바늘 비껴나고 기관 삽관 한번에 되지가 않더이다
부탁 받고 수술한 환자 결과들이 좋지 않아 힘들어 울부짖던 선배후배들 보았으니 의사를 선택하였으면 담담히 믿고 따르고 차라리 하늘에 빌며 부탁함이 어떠실까
환자를 환자로만 보아야 의식하지 아니하고 손 떨지 아니하며 오직 전심전력 예리한 판단 빠른 결정할 수 있지 않겠느뇨
스님이 제 머리 못 깎듯 의사들도 자기 몸과 가족 병 고치기 힘드오니 환자님들 괜한 걱정 꼬옥 붙들어 매시고 원칙과 최선은 의사의 본능임 알아주심 감사감사
빨리 완쾌하소서
홍지헌 회장은 서문에서 “창간호 ‘닥터K’를 펴낸 이래로 저변을 확대하려고 노력했다”면서도 “결과가 만족스러운가 스스로 물어보았을 때 중단없이 해마다 공동시집을 펴낸 것은 자랑스럽고 뿌듯하지만, 한편 아쉬운 점이 많이 남아있다는 생각을 금할 길이 없다”고 썼다. (홍지헌 외, 지혜, 136쪽, 1만원)
박종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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