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빈도 조심스럽게"…'우영우'가 '이상한 변호사'를 그리는 방법 [종합]

입력 2022-07-26 15:51   수정 2022-07-26 18:05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측이 뜨거운 화제성 속에서 성장과 발전을 담은 이야기를 이어가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기자간담회가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호텔 서울에서 개최했다. 이날 현장에는 유인식 감독, 문지원 작가가 참석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이 대형 로펌에 입사해 생존해나가는 모습을 그린 드라마다. 순수하고 맑은 캐릭터, 이를 사실적으로 소화해내는 박은빈의 연기력 등이 호평을 얻으며, 2주 연속 세계 넷플릭스 비영어 TV부문에서 가장 많이 본 콘텐츠 1위를 기록하는 등 '우영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유인식 감독은 "당연히 이렇게까지 사랑해주실지 몰랐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채널에서 방송을 시작했고, 소재가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면서 "(드라마가) 평양냉면처럼 슴슴한 편이라 입소문을 타고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초반부터 열화와 같은 반응이 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집필은 영화 '증인'을 선보였던 문지원 작가가 맡았다. 문 작가는 "드라마가 시작된 배경은 3년 전 어느 날"이라면서 "에이스토리 PD님들이 찾아와서 '증인'을 재미있게 잘 봤다면서 김향기 배우가 연기한 지우라는 캐릭터가 성인이 돼 변호사가 되는 게 가능하냐고 생각하느냐, 그걸 16부작 드라마로 만들면 재밌을 거라 생각하느냐고 묻더라. 난 가능할 것 같고, 재미있을 것 같고, 내가 쓰면 잘 할 것 같다고 대답했다"고 밝혔다.


자폐스펙트럼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일은 조심스러워야 했다. "아는 게 없으니 자폐스펙트럼에 대한 자료 조사를 했다"고 밝힌 문 작가는 "아무리 드라마가 선의와 호의로 가득 차 있다고 해도 자폐 당사자이거나 주변 분들이라면 복잡한 심정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주변에 자폐인이 있다면 이걸 볼 지 말 지 고민했을 것 같다"고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캐릭터가 지나치게 미화돼 실제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이들에게 위화감을 준다는 일각의 지적과 관련해서는 "안 보고 싶어도 드라마가 너무 잘 돼서 온 세상이 '우영우', '우영우' 하니까 그 속에서 겪을 복잡하고 심난한 마음에는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박은빈 배우에 의해 훌륭하게 연기된 우영우라는 캐릭터가 많은 분들이 예뻐해주고 사랑해주는 것도 맞지만, 자폐로 인해 생긴 여러 어려움이나 어두운 부분에 대해 다루려고 했다. 다만 오히려 그 장면 때문에 자폐인에게 상처를 주게 될까봐 농도에 대해 고민하고 썼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우영우 패러디'가 비하, 조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유 감독은 "걱정하는 분들도 많더라. 나 또한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그런 이야기가 편안하진 않은데, 일상 생활에서나 유튜브 상에서 '우영우'의 캐릭터를 따라했던 분들이 말 그대로 자폐인들을 비하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하진 않았을 거다. 본인이 사랑하는 캐릭터를 보고 있으면 한 번쯤 따라하고 싶은 생각이 들 수 있지 않냐"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우영우가 하는 행동은 드라마 안에서 쌓아온 맥락 속에서 하는 행동이라 이해할 수 있지만, 밖에서 그 행동의 어느 순간만을 하게 되면 또 다른 맥락이 발생하기도 하고, 그게 요즘은 불특정다수에게 전달되는 세상이라 본인의 의도와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분명히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조심성을 가져야 할 시대가 되어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박은빈 배우도 조심스러워했던 게 우영우 연기는 극 바깥에서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더라. 그걸 주의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 "전에는 드라마에 잘 등장하지 않던 인물을 소재로 삼았고, 그게 사회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이니까 전에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문제의식 같은 게 생겨나는 것 같다. 이 점에 대해서는 여러 시청자분들이 토론과 공론화를 통해서 시대의 기준점을 만들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특히 문 작가는 드라마명에 포함된 단어 '이상한'이 우영우를 가장 적절하게 설명하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낯설고 이질적이고 피하고 싶다는 부정적 의미도 있지만, 이상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창의적인 생각, 우리 사회를 더 낫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상한'은 우영우를 설명하는 단어다"고 말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현재 해외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외신에서는 제2의 '오징어 게임'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유 감독은 "상상한 적이 없는 일이긴 하다. 전편을 동시에 업로드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가 아니라, 우리나라 드라마가 생중계되는 느낌인데도 해외 시청자분들이 좋아해주는 부분이 참 신기하고 놀랍다"면서 "한편으로는 '사람 사는 게 어디나 다 비슷한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동시대 사람들이 비슷한 갈증과 고민들을 하고 있는 건가 싶더라. '오징어 게임'처럼 될지는 모르겠다"며 웃었다.

문 작가는 "넷플릭스를 통해 다른 나라 분들이 본다는 것에 걱정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한국어로 된 말맛을 살려야 온전히 전달되는 말장난도 많고, 법적인 용어도 달라질 수 있어서 큰 인기를 끌 거라고 생각하거나 기대하지 않았다"면서 "인기의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냐고 묻는다면 '재밌어서'인 것 같다. 재밌게 보고 있다는 분들의 반응이 많을 때마다 뿌듯하다"고 했다.

끝으로 유 감독은 향후 관전 포인트에 대해 "우영우가 훌륭한 변호사가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어떤 것이 훌륭한 변호사인가에 대한 고민과 남다른 존재로서 대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보여질 거다. 우영우 외에 다른 인물들도 각자 자기 인생의 고민들을 맞닥뜨리게 되고 그 안에서 변화, 발전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을 거다"고 말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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