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는 ‘민주당=내로남불’ 공식이 굳어지는 출발점이 됐습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국회에서 ‘반성과 혁신’ 의원 모임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조 전 장관 임명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이날 조 의원은 ‘민주당 집권 5년 반성과 교훈’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조국 사태'를 비롯해 문재인 정부 5년을 좌우한 결정적 장면 7가지를 열거했다.
우선 집권 초기였던 2017년 ‘적폐청산 드라이브’를 첫 번째로 꼽았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 시위와 함께 기존 민주당 지지층과 이탈 보수층, 중도층이 합작한 소위 ‘탄핵정치연합’을 토대로 출범했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 당시 벌어졌던 국정농단 사태 등을 ‘적폐’로 간주하고 부처별로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대대적인 혁신 작업에 착수했다. 민주당도 당 차원에서 적폐청산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검찰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했다는 것이 조 의원의 지적이다. 그는 “적폐 청산의 대상을 박근혜 정권에서 과거사로 확장함에 따라 보수층이 이탈했다”며 “정책 우선순위를 민생보다는 적폐청산에 두는 것을 보고 중도층의 의구심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적폐청산이 검찰 주도로 진행되면서 수사·기소 분리를 골자로 하는 검찰제도 개혁이 지체된 점도 거론했다. 조 의원은 “적폐수사를 이유로 서울중앙지검을 세계 최대규모 검찰청으로 만들었다”며 “직접·인지수사를 확대해 검찰 특수부에 힘을 실어주는 반(反)개혁을 했다”고 강조했다.
2019년 조 전 장관 임명 과정도 복기했다. 조 의원은 그해 9월 9일 조 전 장관 임명 후 10월 14일 사퇴까지 35일을 짚으면서 “촛불로 탄생한 탄핵정치연합을 해체하고 다시 ‘진영’으로 갈라놓은 결정적인 사건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당시 여론이 ‘조국수호·검찰개혁’과 ‘조국OUT·문재인 퇴진’으로 갈라져 서초동과 여의도에서 16회 이상 대규모 집회가 벌어진 것을 예로 들었다.
조 의원은 “숭고한 촛불집회와 공적가치를 사적 인물인 조 전 장관에 투영해 결과적으로 사적 행위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이 가능하다”며 “진영의 결집은 이후 팬덤정치가 득세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4·7 재보선 직후 조국사태 반성을 거론한 민주당 초선의원들을 향해 ‘을사오적’에 빗댄 ‘초선5적’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던 것을 예로 들었다.
2019년 12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을 둘러싼 패스트트랙 파동 역시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굳힌 사건으로 지목됐다. 조 의원은 “‘검찰개혁=공수처’라는 전가의 보도가 만들어지면서 검찰개혁의 목표가 ‘공수처 설치’와 ‘수사권 조정’으로 협소화됐다”고 했다.
당시 민주당에 대해서는 “법안에 반대 의견을 냈거나 표결에 불참한 의원에 대한 (강성 지지층의) 악성댓글 등을 방치했다”며 “특히 기권 의원에 대한 징계는 당의 민주적 운영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만들었다”고 질타했다.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위성정당을 창당해 비례대표 후보를 낸 사건 역시 대표적인 ‘흑역사’로 지적됐다. 조 의원은 “민주당이 의석확보에 집중한 나머지 의회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하는 위성정당을 국민 다수 반대에도 추진했다”며 “선거제 개혁 취지 훼손, 내로남불 등 비판에 직면했지만 지역구 완승에 가려져 비례대표 선거 결과의 의미를 외면했다”고 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에서 163석을 석권에 84석에 그친 미래통합당을 압도했다. 하지만 비례대표에서는 미래한국당이 40.4%(19석), 더불어시민당이 36.2%(17석)을 득표해 다른 결과가 나왔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 민주당 소속 자치단체장들의 연이은 권력형 성범죄 사건도 도마에 올랐다. 당시 청와대와 여당 인사들은 ‘피해자’ 대신 ‘피해호소인’이라고 불러 논란을 더욱 가중시키기도 했다.
조 의원은 “미투운동을 지지한 정부·여당이 당내 성범죄자는 감싸는 모순적 상황에 직면했다”며 “내로남불에 2차 가해 논란까지 더해져 여성들로부터 지지율이 큰폭으로 하락했다”고 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성평등 공약 및 여성친화 정책에 대한 평가절하와 불신의 계기를 제공했다는 분석이다.
2020년 7월 임대차 3법의 단독 강행처리와 2021년 2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는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 실패인 부동산 정책 난맥상을 보여준 사례로 꼽혔다.
조 의원은 “잦은 정책 발표보다 더 큰 문제는 내로남불 정책으로 인식된 점에 있다”며 “정책실패-불공정-부정평가 증가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LH 투기 의혹마저 터졌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대립한 이른바 ‘추-윤 갈등’은 5년 만의 정권교체로 이어졌다.
조 의원은 “촛불정부가 공정과 정의의 바닥을 드러내면서 이에 맞선 윤 총장이 국민적 인지도를 확보했다”며 “윤 총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도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 검사로 국민에 인식됐다”고 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대해선 “조국수호와 검찰개혁이라는 모순된 개혁을 추진하면서 공정의 정의의 가치가 바닥났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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