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순이익(EPS) 전망치도 크게 줄었다. 월마트는 2분기 주당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8~9%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연간 기준으로는 11~13%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5월 제시된 가이던스는 2분기 주당순이익 소폭 상승, 연간 기준 1% 감소였다. 역시 격차가 크다.
월마트는 다음달 16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3주가량 앞두고 가이던스를 대폭 조정한 가장 큰 원인은 인플레이션이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9.1% 오르며 41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난 뒤 에너지와 식품 가격이 급등하자 소비자들이 생필품을 살 때만 지갑을 열게 됐다. 이들이 당장 필요하지 않은 제품 소비를 줄이면서 월마트의 실적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설명이다.
팔리지 않는 고가 제품은 재고로 쌓이지 않도록 싼값에 팔아치울 수밖에 없다. 미국 대형 유통기업들은 1분기부터 재고가 급증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월마트의 1분기 말 재고는 전년 동기보다 33%, 타깃은 43% 증가했다.
더그 맥밀런 월마트 최고경영자(CEO)는 수정 가이던스를 발표하면서 “식품, 연료 가격 상승세가 소비자들의 지출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월마트는 의류에 추가 할인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하반기에는 의류 외 일반 상품들도 (가격 인하와 관련한) 더 많은 압박이 가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월마트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9.94% 급락했다. 아마존(-3.91%), 타깃(-5.05%) 등 다른 유통주도 시간외 거래에서 일제히 하락했다. 물가 급등이 일으킨 소비심리 위축은 유통업계 전반의 문제라는 우려가 확산했다는 평가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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