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공정위가 올해부터 이 법의 유권해석을 달리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공정위는 작년 말까지만 해도 개인 자격으로 오랫동안 음식점을 운영하던 사업자가 법인 설립 뒤 가맹본부 등록을 신청할 경우 받아줬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법인 설립 후 ‘직영점 1년 이상 운영’ 요건을 맞추지 못하면 가맹본부 등록을 불허하고 있다. A씨는 “작년에 개인이 운영하던 파전집은 가맹 등록이 됐는데 올해 신청한 삼겹살 가게는 가맹 등록이 안 된다”며 “공정위가 고무줄 규제를 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30년간 돼지국밥집을 운영하던 B씨도 음식점을 법인으로 전환한 뒤 가맹본부 등록을 신청했지만, 공정위로부터 1년간 직영점 운영 요건을 채워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이미 오랜 업력을 갖고 있는 사업자의 가맹사업 등록까지 막는 건 과도하다는 게 업계의 불만이다. 공정위가 업계 현실을 외면한 채 ‘탁상행정’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장에선 가맹사업법 규제로 갖가지 부작용이 생겨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우선 가맹사업을 원하는 개인 사업자들이 법인 등록 뒤 다른 가맹본부의 브랜드를 사들여 간판만 바꾸는 편법이 늘고 있다. 개정 가맹사업법 시행 전 허가를 받은 가맹본부의 경우 ‘직영점 1년 이상 운영’ 요건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 같은 ‘간판 바꾸기’를 하면 얼마든지 규제를 피할 수 있다. 한 사업자는 “이런 편법을 막을 방법이 없어 법 개정 효과가 사실상 사라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가맹사업을 하려는 사업자들이 가맹사업 등록증을 얻기 위해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하는 사례도 많다. 실제 개정 가맹사업법이 공포된 작년 5월부터 시행일인 11월 19일까지 7개월간 이뤄진 가맹사업 등록 신청만 4585건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기 895건의 5배에 이른다. 업계에선 개정 가맹사업법 시행 전 규제를 피하기 위해 ‘일단 등록해놓고 보자’는 식의 가맹사업 등록이 많았는데 이때 만들어진 ‘무늬만 가맹사업 등록증’이 건당 500만원가량에 거래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가맹사업법 개정 후 가맹사업 등록증 거래와 브랜드 교체 신청이 급증하면서 공정위도 업무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 특히 가맹본부는 매년 가맹점주에게 제공하는 정보등록서를 공정위로부터 재승인받아야 하는데, 지난해 정보등록서가 올해 7월까지 제대로 승인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공정위의 행정업무와 가맹사업자의 거래비용만 늘어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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