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올 2분기에 0.7% 성장(전분기 대비)한 것은 민간 소비와 정부 소비 등 내수가 버텨줬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수출과 미래 성장을 위한 설비투자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분기 성장률이 시장 예상치(0.3~0.5% 성장)를 웃돌았지만 하반기엔 안심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코로나19 재확산과 고물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소비 둔화 우려가 큰 데다 정부의 재정 지출도 한계가 있다. 게다가 세계 경기 둔화로 수출 여건은 더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하반기 경제 상황은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별로 보면, 대면 활동이 늘면서 서비스업 성장률이 1.8%에 달했다. 건설업도 0.2% 증가했다. 반면 농림어업(-6.4%), 제조업(-1.1%)은 부진했다.
전분기 0%였던 정부 소비는 올해 2분기 1.1% 증가해 성장에 기여했다. 이는 지난 3월부터 중증 퇴행성 척추 질환자 등에 대한 자기공명영상(MRI)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건강보험 지출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분기 성장률(0.7%)에서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 기여도는 -1.1%포인트였다. 내수(기여도 1.8%포인트)가 버텨주지 않았다면 2분기 경제 성장률이 급격히 둔화하는 게 불가피했다. 주체별로는 민간이 0.4%포인트, 정부가 0.3%포인트 성장에 기여했다.
노무라증권은 이날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7%로 하향 조정했다. 특히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과 소비 둔화로 올 3분기부터 침체가 시작돼 내년 2분기까지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KB증권은 “2분기엔 호조를 보였지만 3분기에 (경기가) 둔화한 뒤 4분기와 내년 1분기에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2분기엔 비교적 선방했지만 하반기엔 경기 침체가 가시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올해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전분기 대비 0.3% 이상 성장하면 지난 5월 내놓은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2.7%)를 달성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하지만 0.3% 성장도 쉽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미 지난 13일 올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올해 성장률은 2%대 중반이 유지되고, 내년에는 2%대 초반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올해 3분기와 4분기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할 가능성에 대해 “예단할 수 없다”면서도 “하반기 경기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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