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국기 문란" 경고에도…'경찰의 난' 전국 번진다

입력 2022-07-26 17:30   수정 2022-08-03 15:13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방안이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경찰 독립을 주장하는 경찰의 집단행동이 간부급에서 일선 경찰로까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모임 금지령’을 선언했음에도 오는 30일 예정된 경감·경위급 현장팀장회의가 경찰국 설립을 반대하는 ‘14만 전체 경찰회의’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경찰의 정치집단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각계에서 쏟아지고 있다.
전국 전체 경찰 회의 강행
서울 광진경찰서 소속 김성종 경감은 이날 경찰 내부망에서 “전국 현장팀장회의를 개최하려고 했으나, 여러 현장 동료의 뜨거운 요청들로 전국 14만 전체 경찰회의로 변경하게 됐다”고 밝혔다. 경찰대 출신인 김 경감은 지난 24일 오는 30일 경감·경위 등이 모이는 전국 현장팀장회의를 제안한 인물이다. 이후 지구대장과 파출소장들도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내놓기도 했다.

김 경감은 “경찰국 반대 여론은 특정 집단이 주도했다는 음모론을 듣고, 우리 전체 경찰의 의견을 청취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회의를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전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회의를 주도하는 특정 그룹이 있다”며 23일 열린 전국 경찰서장회의를 ‘쿠데타’에 비유한 것을 의식한 발언이다.

경찰 조직원들이 정부와 경찰 지도부의 만류에도 집단행동을 불사하면서 ‘경찰의 난’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25일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경찰 내부망에 서한문을 통해 모임 금지령을 내렸지만 경찰 조직원들은 이를 무시하고 집단행동을 강행키로 했다. 윤 후보자는 서한문에 “더 이상 사회적 혼란과 우려가 생기지 않도록 (전국 경찰서장 회의와) 유사한 모임을 금한다”며 “이를 위반할 경우 엄정한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윤 후보자의 서한문이 공개되자 경찰들의 반발도 고조되고 있다. 경찰들은 내부망에 “한 조직 수장이 되고자 하는 분이 이렇게 하는 게 최선인가?” “법과 원칙을 바로 세워달라는 직원들 입을 막으려 한다” 등의 댓글을 올리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전국적으로 직장협의회 회원들의 홍보활동 및 1인 시위 릴레이도 벌어지고 있다. 민관기 청주흥덕경찰서 경찰직장협의회장과 직협 회원들은 25일부터 29일까지 서울역 광장에서 현수막을 설치하고 홍보활동에 나서고 있다. 울산지역 5개 경찰서 직협은 경찰서장회의를 주최한 류삼영 울산중부경찰서장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29일까지 1인 시위에 나서기로 했다.
“경찰의 과도한 정치화 우려”
경찰국 설치 찬반과는 별개로 일각에서는 경찰의 집단 반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행정 수행 집단인 경찰이 조직 스스로 논리를 관철하기 위해 집단행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 경찰청 관계자는 “표현을 못 할 뿐 경찰이 정치 집단화되면서 목소리를 내는 것에 불편한 사람도 많다”며 “경찰국 신설을 반대할 수 있지만 다른 표현 방식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의 위기대응 능력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상민 장관의 ‘쿠데타’ 발언 전만 하더라도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국 반대운동에 대해 “이 정도면 됐다”는 여론이 생겨나고 있었다. 직협도 21일 윤 후보자를 만나 간담회를 하고 “직원들의 건의 사항을 행안부가 고려하겠다는 데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했다”며 다소 완화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현 정부는 경찰이 빠져나갈 구멍도 만들어 놓지 않고 강경 대응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추진하는 정책과 조직개편안에 대해 경찰이 집단적으로 반발한다는 것은 중대한 국가 기강 문란이 될 수 있다”고 말해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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