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행안부 경찰국 신설에 이어 경찰대 '개혁' 추진을 시사했다.
이 장관은 26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행안부 업무계획 자료에서 다음달 중 국무총리 소속 경찰제도발전위원회를 꾸려 '경찰대 개혁'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경찰대는 고위 (경찰)인력을 양성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졸업하면 어떤 시험을 거치지 않고도 경위로 임관될 수 있다는 불공정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정 대학을 졸업했다는 사실만으로 남들보다 훨씬 앞서서 출발하고, 뒤에서 출발하는 사람이 도저히 그 격차를 따라잡을 수 없도록 제도를 만드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우선 출발선상은 맞춰야 공정한 사회의 출발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경찰대학은 경찰간부 육성을 목표로 1979년 제정된 경찰대학 설치법에 근거해 1981년 개교한 4년제 특수대학이다. 지난해 37기까지 졸업했다. 학과는 법학과와 행정학과로 나뉘며 학년별 총원은 100명이다. 지난해 기준 입시 경쟁률은 92대 1에 달한다.
경찰대를 졸업하면 바로 경위로 임용되며, 주로 일선 파출소장이나 경찰서 팀장으로 근무하게 된다. 순경으로 시작한 경찰관이 승진시험을 치르지 않고 근속승진을 하기 위해서는 순경→경장 4년, 경장→경사 5년, 경사→경위 6년 6개월이 걸리는 반면, 경찰대 졸업생은 경위 직급부터 경찰관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이 장관이 '경찰대 개혁'을 언급한 것은 경찰 조직의 이러한 승진 체계 '불공정성'을 지적한 것으로도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경찰국 신설에 대한 집단반발을 주도한 것으로 경찰대 출신들을 직격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주말 전국 총경회의를 주도했다가 대기발령된 류삼영 총경(경찰대 4기)을 비롯해 회의 참석자 대다수도 경찰대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관은 전날 출근길 인터뷰에서도 전국 총경회의를 두고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회의 참석자들을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 내 사조직 '하나회'에 비유한 것이다.
이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도 "언론에 등장하시는 분들은 다 경찰대 출신들이더라"라며 "특정 출신들이 집단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대단히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이 장관은 대통령 공약대로 순경 출신이 경무관 이상 직급의 20%를 차지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 밑 직급인 총경, 경정, 경감부터 일반직 비율이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총경 인원이 많은 점을 고려해 8월 초순경 경무관 전보 인사를 마치는 대로 총경 승진 제청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 장관은 다음달 2일 출범할 경찰국의 수장인 경찰국으로 부임할 치안감 인선에 대해서도 "경찰국장 후보로는 당연히 다양한 입직경로를 고려하고 있다"며 "종전처럼 어떤 한쪽(경찰대) 출신이 경찰 주요 보직을 다 차지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국이 경찰 개별 수사를 지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듯 "경찰국에 수사 전문가는 모실 생각이 전혀 없다"며 "인사과는 인사 전문가들로, 자치지원과도 자치경찰 업무에 이해가 깊은 분을 과장으로 모실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안부는 매년 경무관 승진자 중 순경 등 일반 출신을 현행 3.6%에서 20%까지 확대하기 위해 복수직급제를 도입하고 승진심사기준을 오는 10월까지 개정할 계획이다. 또 경찰공무원의 보수를 공안직 수준으로 올리기 위해 8월부터 기재부 등과 관계부처 협의체를 운영한다. 공안직에는 교정직, 보호직, 검찰직, 마약수사직, 출입국관리직 등이 있다.
이와 함께 행안부는 경찰제도의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오는 8월 중 국무총리 소속의 민관합동 경찰제도발전위원회를 출범시켜 6개월 내 권고안을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정기·수시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 위원회에서 경찰대 개혁, 사법·행정경찰 구분, 국가경찰위원회·자치경찰제 개선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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