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주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의 초대형 유통업체 월마트가 인플레이션에 따른 소비 위축 염려로 실적 전망치(가이던스)를 대폭 하향 조정하면서다. 최악의 인플레이션 탓에 유통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경기방어주로서 렌탈주의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사람들이 소유보다 렌탈을 택하고 있어서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4분 기준 이마트는 전 거래일 대비 2000원(1.74%) 내린 11만3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간 롯데쇼핑도 전 거래일보다 700원(0.74%) 내린 9만4200원에 거래 중이다. GS리테일, 신세계 등도 주가가 소폭 하락하고 있다.
국내 대형 유통주 주가가 하락하고 있는 이유는 월마트가 올해 실적 전망치를 낮춰 잡은 것이 영향으로 풀이된다. 25일(현지 시간)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월마트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3~14%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전체 영업이익도 11~13%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통상적으로 유통업종은 인플레이션 시기에도 주가가 큰 타격을 받지 않는 경기 방어주로 꼽힌다. 물가가 오르더라도 일상생활에서 꼭 필요한 식료품이나 의류, 화장품 등에 대한 소비는 크게 위축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플레이션 가속화와 금리 인상 등 악재가 겹치며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소비심리가 유통업종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렌탈업종, 그 중에서도 자동차 렌탈주를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난 2년간 자동차 렌탈은 단기·장기 동반성장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했다. 해외여행 제한으로 제주도향 단기렌탈 수요가 증가하면서 높은 이익률과 가동률을 보였다.
코로나 종식과 함께 해외여행이 점차 풀리면서 제주도 단기렌탈 수요는 내년부터 다소 진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단기렌탈이 평균적으로 전체 렌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불과하고 계속되는 신차출고 지연으로 인해 개인고객이 장기렌터카를 이용하는 비율도 늘고 있는 만큼 렌터카 사업의 성장세는 계속 유지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승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소비자 의식의 변화, 관련산업의 수요 증대로 인해 신규 렌탈계정은 앞으로도 순증할 것"이라며 "특히 다른 렌탈상품은 사용연한이 종료되면 제품의 매각 및 재렌탈이 어려워지는데 반해 자동차의 경우 중고차 경매장 및 딜러를 통한 매각으로 비즈니스의 끝단까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경우 렌탈기간이 끝난 중고차를 처리하는 방법은 경매장을 통한 기업 간 거래(B2B) 매각만 존재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중고차 생계형 적합업종 미지정으로 이제는 소비자에게 중고차를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시기의 문제일 뿐 앞으로는 대기업 주도의 중고차 비즈니스도 열릴 전망이다.
게다가 자동차 렌탈의 경우 금리인상을 렌탈료에 적용시킬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금리상승 영향에서도 자유롭다. 실제로 이미 지난 6월 업체들이 렌터카 이용가격을 인상하며 최근 금리·물가인상에 따른 후속조치로 발 빠른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자동차렌탈 업종 내 최선호주로 롯데렌탈을 제시했다. 본업인 자동차 사업부의 기대감과 렌터카 사업변동성을 축소해주는 안정적인 기타 사업부의 성장이 긍정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반기 모멘텀으로 최근 롯데렌탈이 지분을 투자한 쏘카의 기업공개(IPO)와 중고차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플랫폼 오픈이 있다. 쏘카 IPO가 계획대로 진행될 시에 롯데렌탈의 카쉐어링 서비스인 그린카 및 모빌리티 플랫폼으로서의 롯데렌탈에 대한 밸류에이션이 제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렌탈은 장단기 렌터카 외에 일반렌탈, 중고차, 모빌리티 모두 호실적이 이어지면서 올해 최대실적을 지속할 전망"이라며 "중고차와 모빌리티가 이끄는 구조적인 성장성에 주목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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