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아파트 공사 중단에 영향 미친 '상가 독립정산제' 재건축

입력 2022-07-27 15:52   수정 2022-07-27 15:53

재건축 단지 내 상가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K씨. 단지 내 아파트가 조합 주도로 재건축을 진행하는 것과 달리 그의 상가는 아파트와 분리해서 재건축(상가 독립정산제 방식)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조합에서 상가 독립정산제와 배치되는 내용으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는 등 K씨를 비롯한 상가건물 소유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재건축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K씨는 조합과 상가재건축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계획하고 있다.

상가 독립정산제는 ‘재건축 사업 초기에 아파트와 상가를 분리해 별도로 이익과 비용을 정산하면서 상가재건축위원회가 관리처분계획안을 자율적으로 마련하는 방법’으로 정의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재건축을 할 때 아파트와 상가를 분리해서 상가 재건축과 비용 분담, 설계, 분양 등은 상가 조합원이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가재건축위원회가 도시정비법상 단체로 인정되지 않는 점, 하나의 재건축 단지 안에 입장이 다른 여러 개 상가재건축위원회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점, 상가 관리처분계획안이 유명무실해질 우려가 있다는 점 등 많은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K씨 사례처럼 상가 독립정산제를 둘러싸고 상가 조합원, 조합, 하나의 단지 내 서로 다른 상가재건축위원회 사이에서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도 상가 조합원과 복수의 상가재건축위원회 사이에 첨예한 다툼이 있다.

실제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에는 여러 개의 상가재건축위원회가 존재한다. 몇 년 전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조합 총회에서 ‘상가 조합원 과반수가 가입한 A상가재건축위원회가 사업계획안을 수립해 A상가재건축위원회 총회의 결의를 받으면 그에 따라 상가 부분 재건축을 진행한다’는 내용의 안건을 의결한 사실이 있었다. 이에 맞춰 A상가재건축위원회도 자체적으로 총회를 개최해 상가관리처분계획안을 의결하자 B상가재건축위원회가 절차상, 내용상 위법을 이유로 상가관리처분계획변경총회 효력정지가처분을 신청하기도 했다.

둔촌주공아파트 상가 조합원은 A상가재건축위원회와 B상가재건축위원회에 중복으로 가입하기도 한다. B상가재건축위원회의 반발이 거세지자 A상가재건축위원회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상가 재건축 사업을 방해해 회원들 간 불신을 조장한다”며 상가 조합원 수십 명을 회원에서 제명시키는 결의까지 했다. 이에 상가 조합원 사이에 제명을 둘러싼 또 다른 소송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둔촌주공아파트 조합과 시공사업단 간 공사 중단을 둘러싸고 사업비 내지 대출금 문제가 가장 큰 이슈지만 그 속사정을 보면 상가 독립정산제와 상가 조합원 사이 이해관계도 사업 중단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K씨나 둔촌주공아파트 상가 사례처럼 상가 독립정산제의 실효성이 구체적이지 않고 도시정비법에 명시적인 규정이 없기 때문에 수많은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상가 독립정산제를 둘러싸고 일관된 해석이 없는 것도 문제다.

대법원은 ‘상가 소유자들과 시공사가 상가의 권리 가액에 대해서 아무것도 정하지 않았다면 상가 소유자들이 요구하는 수준의 권리나 신뢰를 부여한 것으로 볼 사정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했다. 따라서 상가 조합원은 최대한 재건축 조합의 총회를 활용하고 상가 독립정산제 약정을 조합 정관에 자세하게 반영해 대외적으로 구속력이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고형석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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