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된 과일·야채, 절반 가격에 사세요"…알뜰족 몰린다

입력 2022-07-27 22:07   수정 2022-07-28 11:15


신혼부부 이모 씨(31)와 박모 씨(31) 부부는 최근 단골 과일가게에서 흠집이 난 복숭아를 한 박스 구매해 잼을 만들었다. 일반 상품보다 외관이 매끄럽지 않거나 조그마한 흠이 있는 것 빼고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가격은 반값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 씨 부부는 온라인 마켓에서 격주에 한 번씩 배달 오는 ‘못난이 농산물’ 구독 서비스도 신청했다. 이 씨는 “장보는 비용을 반쯤은 절약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재배 및 출하 과정에서 생긴 흠집으로 상품성이 떨어진 못난이 농수산물들이 오히려 각광받고 있다. 물가 급등과 경기 불황 때문이다. 껍질에 흠이 있는 사과, 울퉁불퉁한 토마토, 크기가 일정하지 않은 참외, 굽은 오이나 당근 등이 대표적인 ‘못난이’ 상품. 일반 제품보다 최대 절반가량 싸면서 맛과 영양에는 차이가 없어 알뜰 소비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날로 치솟는 밥상 물가를 타개해 보려는 고육지책이다.


27일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2로 1년 전보다 6.0% 상승했다. 쌀, 라면 등 자주 사는 품목으로 구성돼 ‘장바구니 물가’로 불리는 생활물가지수도 같은 기간 7.4% 올랐다. 두 지수 모두 외환위기였던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실제로 집밥의 주재료인 채소 가격을 각각 비교해보면 천정부지로 뛰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이날 기준 시금치(1kg) 가격(소매가격 기준)은 1만2403원에서 2만4339원으로 무려 96.2%나 뛰었다. 무 1개 가격도 1759원에서 2981원으로 69.4% 비싸졌다. 상추 역시 40.4% 상승했으며 양파(28.3%), 마늘(11.2%)도 전년 대비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물가 상승 국면에다 봄 가뭄까지 길어진 탓이다. 농산물이 이른 무더위와 장마로 작황이 악화되고 출하가 늦어지면서 ‘금값’이 됐다. 40대 주부 장모 씨는 “10만원어치 장을 봐도 막상 장바구니를 풀어보면 별로 먹을 것도 없다”며 “오이 하나, 상추 하나 살 때도 몇 번을 들었다 놨다 고민한 후 구입한다. 농산물 값이 전반적으로 너무 많이 뛰었다”고 푸념했다.


이 때문에 못난이 농산물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롯데마트의 올해 1월부터 이달까지 ‘상생 과일’의 누계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80% 이상 뛰었다. 상생 과일은 일반 과일과 비교해 맛과 영양에 차이가 없지만 조금 작거나 흠이 있는 상품이다. 일반 과일 대비 최대 25~40% 싸다. 모양이 예쁘지 않거나 벌레가 먹었거나, 또는 상처 등으로 겉보기에 문제가 있어 팔리지 않고 버려지던 ‘흠과’가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를 중시하는 분위기를 탄 것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못난이 농수산물이 과거엔 찾는 이들이 없어 버려지거나 헐값에 처분되던 신세였는데 불황 추세를 타고 때 아닌 호황을 누리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못난이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행사도 늘고 있다. 롯데마트는 작년 말 시범 운영하던 상생 과일·채소 판매를 올해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딸기·사과·참외 등 10여종이었던 상품을 확대하고 판매 횟수도 늘릴 계획이다. 홈플러스도 못난이 농산물과 비슷한 ‘B+급’ 과일과 채소를 수시로 팔고 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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