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이라는 것이 어려운 영역인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매일 부딪히는 거잖아요. 그중에서도 보험이라는 상품은 한 번 계약을 하고 나면 매우 오랫동안 이어지게 됩니다. 투자 상품이나 저축과는 다르게 잘 안 바꾸는 상품인데 사실 사람들이 잘 몰라요. 어렵다고 생각하죠. 그래서 그것들을 잘 알게끔 도와주는 것이 저희의 첫 번째 목표이고요. 두 번째는 최선의 (상품) 선택을 할 수 있게끔 돕는 것입니다."
인슈어테크(보험기술) 스타트업 해빗팩토리의 정윤호 공동대표는 "앞으로 연금이나 대출 상품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며 "보험뿐만 아니라 연금, 대출 등도 사용자들의 현재 상태에 맞춰 최적의 상품을 제안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해빗팩토리의 시그널플래너는 고객들의 문의를 모바일(카카오톡)을 통해 상담해 주는 게 특징이다. 정 대표는 "다른 경쟁 앱 대비 높은 고객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용자가 편한 시간에 언제든 상담을 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해빗팩토리는 핀테크 스타트업 가운데 흑자를 내기 시작한 몇 안되는 회사 중 하나다. "올해 3월 정도부터 손익분기점(BEP)을 넘었어요. 이미 수익을 내는 구조이지만 사업 확대를 위해 300억원 정도의 추가 투자도 준비 중입니다. 보험 쪽은 기반을 갖췄기 때문에 연금이나 대출 영역 등으로 확대하는 것에 투자할 것 같습니다."
해빗팩토리의 수익 모델은 보험사의 상품을 소비자에게 연결해주고, 보험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것이다. 일종의 기업형 보험설계사라고 볼 수 있다. 상담과 보험 설계 업무를 맡는 직원들을 100%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는 게 다른 업체와 차별화된 점이다.
해빗팩토리는 올해 들어 매달 150억원(20년 납입 기준) 이상의 계약을 따내고 있다. 통상 보험사들이 주는 수수료는 5%(1년 납입치) 정도다. 보험 상품을 고객들이 1년 이상, 또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에 따라 수수료가 다소 달라지는 구조다. 정 대표는 "일반적으로 초회(첫달) 보험료의 1300~1500% 정도를 받는다"며 "해빗팩토리 고객들이 2년 차(13개월 이상)까지 상품을 유지하는 비율은 90% 이상"이라고 했다. 현재 해빗팩토리가 보험사로부터 받는 수수료는 매달 8억~10억원 수준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저희가 동일한 조건이면 제일 싼 걸 고객들에게 안내해 주고 있죠. 첫 보험료 기준으로 월 5만~6만원 수준이 평균인데 다른 곳보다 저렴한 편이죠. 저희가 10만원짜리를 팔면 수수료를 훨씬 더 많이 받겠지만 고객 만족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습니다. 저희 안드로이드 앱 평점이 4.8점(5점 만점)이죠. 그만큼 고객들이 좋아하신다는 거고, 지인들에게 소개도 많이 해주고 있습니다."
해빗팩토리는 보험을 판매한 뒤에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과거 가계부 서비스를 했던 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정 대표는 설명했다. "병원이나 약국 같은 데 갔을 때 결제하고 나면 자동으로 바로 체크해서 이게 보험 청구 가능한지 여부를 알려줍니다. 또 실제 청구까지 쉽게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죠. 가계부 서비스로 시작하다 보니 이런 시스템이 잘돼 있는 거죠."
해빗팩토리는 왜 모든 상담을 카카오톡으로 하고 있을까. 정 대표의 답은 이렇다. "저희도 처음에는 여러 가지를 했어요. 전화 예약도 받아보고, 카톡으로도 해보고 그랬는데 저희 고객분들 가운데 20~40대가 한 60% 정도 되거든요. 20~30대만은 한 40% 정도 돼요. 대부분 직장인이고, 전화나 대면 상담을 하면 고객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일이고, 바쁠 때 전화하면 불편하기도 하겠죠. 그러다 보니까 카톡으로 하는 게 훨씬 더 고객들도 만족스러웠어요. 또 하나는 다 기록이 남잖아요. 그런 것들이 오히려 더 효율적이게 되는 거죠. 다만 최종 계약을 할 때 한 번 고객들을 만나고 있죠."
해빗팩토리는 주로 실손보험, 진단비 보험 상품들을 이용자들에게 안내하고 있다. 계약 건수는 월 1000건 이상이다. "현재 국내에서 제일 많이 판매되고 있는 게 진단비 보험들인데 암 뇌혈관 심혈관 등 3대 진단비, 그다음에 수술비 정도를 커버하는 것들을 저희가 1차적으로 추천하고 있어요. 앞으로 연금 상품, 대출 상품 등도 추가할 거고요."
정 대표는 미국 부동산담보대출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대출 중개를 하면 대출금의 최대 4% 정도를 수수료로 줘요. 한국은 0.1%죠. 수수료가 적게는 10배에서 많게는 40배 정도 됩니다. 저희는 대출 절차를 크게 간소화해 고객한테는 최저 금리를 보장하면서 서비스를 하고 있죠. '로닝닷에이아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하고 있는데 앱도 내놓을 계획입니다."
해외 사업은 이미 성과도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5월 미국 시장에서 대출액은 119억원에 달했다. 이용자 비율은 현지 한인이 60%, 외국인이 40% 정도다. 현지 부동산 중개회사와 손잡고 대출 사업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LA에서 콘퍼런스 개최도 계획하고 있다.
"한국 사업은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어가고 있고, 미국 사업도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저희가 이번에 300억원 정도까지 추가 투자를 받을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한데 앞으로 1~2년간 만들어내는 결과가 크게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대출이나 연금 상품 등을 출시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자회사를 설립해야 할 수도 있고요."
정 대표는 "연금 상품은 최근 2030 세대들도 관심이 높다"며 "이용자들이 미래 위험에 대비할 수 있고, 오랫동안 진지하게 선택해야 하는 금융 상품을 제대로 알려나갈 것"이라고 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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