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10년 넘게 방치돼 온 ‘용산정비창 부지’ 개발 계획이 나오자 용산 일대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인근 정비구역에서 주택 상가 토지 등을 보유한 조합원이 내놓은 매물을 다시 거둬들이는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용산구 내 정비구역 상당수가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에 묶인 상황인데다 금리 인상까지 겹쳤지만, 주변 노후 구역으로 개발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
신용산역 북측1·2구역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최근 매수 문의가 적지 않은데 팔겠다는 조합원이 거의 없어 매물이 귀한 상황”이라며 “중개업소 간 매물 확보 경쟁이 치열한데다 강남에 있는 대형 중개법인까지 용산 재개발 매물을 취급하기 시작하면서 매물이 씨가 마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용산구는 재건축·재개발 정비구역 대부분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직접 이사를 와 거주해야만 하는 ‘몸테크’가 필수다. 신용산역 인근 B공인 관계자는 “비좁고 낡은 주택에서 몇 년간 살아야 하는 열악한 생활 여건을 감수하겠다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며 “아무 매물이나 사도 전용면적 132㎡ 이상을 받을 수 있고 추가 분담금도 없다는 소문이 나면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비창 전면1구역은 용산역과 정비창이 모두 근접해 ‘용산 대장주’로 꼽힌다. 어느 곳보다 개발 기대가 큰 지역이다. 중개업소에 따르면 이 지역 노후 빌라 46㎡ 매물 호가는 25억원 선이다. 조합원 C씨는 “조합원 200여 명이 모인 SNS 단체 대화방에서 오 시장 브리핑 때 실시간 영상을 공유했다”며 “금리 인상 부담에 매도를 고민했던 일부 조합원도 생각을 바꾸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재개발 구역 인근 상권도 정비창 개발 영향을 받고 있다. 삼각지역 뒤편 용리단길 상권은 한강로구역과 가깝다. 이 상권은 매매가와 권리금이 동시에 오르는 추세다. 인근 C공인 관계자는 “용리단길 상가 매매가격이 1년 전 3.3㎡당 1억5000만원이었는데 최근 2억원 선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정비창 개발 기대가 커지고 대통령실 용산 이전으로 유동 인구가 늘면서 상가 권리금이 평균 5000만원가량 오른 것이 매매가에 전가됐다는 설명이다.
해당 지역 주민도 정비창 개발 계획에 흡수되기보다 독자적인 정비사업을 꾸리는 게 더 낫다는 분위기다. 이촌동 E공인 관계자는 “한강 영구 조망권을 확보한 지역인데 어설프게 정비창 개발에 수용되면 조망권을 빼앗기는 것”이라며 “정비창 개발로 인근 교통 여건은 더 좋아지면서 한강 조망권은 지켰기 때문에 이득”이라고 반색했다.
이 지역 연립주택은 대지 지분 13㎡를 매입하는 데만 11억5000만원이 든다고 한다. 1년 전 시세(9억원)보다 27% 오른 가격이다. E공인 관계자는 “서울시 발표 직후 조합원들이 호가를 1억~2억원은 더 올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혜인/박종필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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