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 신설을 둘러싼 정부와 경찰의 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14만 전체 경찰회의’가 27일 전격 취소되면서 정부와 경찰 간 정면충돌이란 파국은 일단 피했다. 하지만 야당이 ‘장관 탄핵’ 등을 거론하는 등 경찰국 신설 찬반 논란이 정치권으로 옮겨붙으며 확전되는 모양새다. 경찰과 야당은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이 경찰의 독립성·중립성을 훼손할 것이란 논리를 내세운 여론전과 국회 입법으로 여당의 ‘경찰 통제’를 저지하겠다는 전략이다. 행정·법조계 전문가들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막강한 권한을 거머쥔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방안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23일 발생한 사상 초유의 경찰 집단 항명 사태로 불거진 4대 쟁점을 짚어본다.
하지만 정부조직법 곳곳에 행안부의 경찰 통솔·통제를 뒷받침하는 규정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조직법 34조5항에는 ‘치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하여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경찰청을 둔다’고 명시돼 있다. 또 같은 법 7조4항은 ‘소속 청에 대해서는 중요 정책 수립에 관해 그 청의 장을 직접 지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장관 사무에 치안이 없다고 위법을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외청인 경찰청의 효율적인 통제·관리를 위해 행안부가 관련 조직을 만드는 건 너무나 당연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이완규 법제처장도 27일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에 아무런 지휘통제를 할 수 없다면 국가권력에 대한 국민의 민주적 통제라는 헌법적 원리에 맞지 않게 된다”며 경찰국 신설이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경찰국이 수사 독립·중립성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중론이다. 행안부가 지난 15일 확정한 경찰제도 개선안을 보면 신설 경찰국의 핵심 업무는 크게 △경찰 관련 중요 정책과 법령의 국무회의 상정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에 대한 임용제청권 등 두 개다. 경찰국의 정해진 업무 범위와 수사지휘는 접점을 찾기 힘들다는 평가다. 김성천 중앙대 법대 교수는 “애초 수사 지휘 기능이 없는 경찰국을 끌어들여 수사의 독립·중립성 훼손 가능성을 문제 삼는 것 자체가 빈약한 논거를 드러낸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현행법상 경찰국이 가장 합법적인 통제 수단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날 대정부 질문에서 “자문기구인 경찰위의 심의·의결 내용은 아무런 기속력이 없으며 이런 역할은 전 정권 시절이던 2019년 법제처의 유권해석이 이미 돼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해산 지시에 대한 항명이긴 하지만 실제 징계는 경계선상에 있는 문제로 보인다”며 “행안부 장관이 쿠데타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상황을 더 악화시킨 문제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경찰서장 회의를 쿠데타에 빗댄 데 대해 “쿠데타 관련 발언이 지나쳤다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사과했다.
이정호/장강호/이광식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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