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 인천시장 "박남춘 전 시장이 지역화폐 캐시백 축소"

입력 2022-07-28 13:46   수정 2022-07-28 14:30


'캐시백 감축은 전임 박남춘 시장이 결정한 것'

유정복 인천시장(사진)은 지난 27일 페이스북에 인천 지역화폐인 인천e음과 관련해 이런 내용을 담은 글을 올렸다.

유 시장은 "e음카드의 캐시백 비율과 한도액 축소와 관련해 시민의 오해가 있다"며 "이는 민선 7기 박남춘 (전) 시정부에서 편성한 예산이 거의 다 소진돼 민선 8기가 출범하기 전인 지난 6월에 캐시백 축소 방침을 결정하고 7월 1일부터 시행토록 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시 말하자면 유정복 시정부에선 앞으로 재정 상황을 분석해 합리적인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캐시백 축소 "전임 시장이 결재한 것"
인천시가 지난 7월부터 지역화폐 캐시백 비율을 줄인데 대해 시민들의 반발이 커지자 유 시장이 직접 해명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유 시장이 '전임 시장 결정'이라고 굳이 나서 밝힌 것은 지역화폐를 둘러싼 논란이 그만큼 복잡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천시는 7월 1일부터 10%의 캐시백 비율을 5%로 줄이고, 캐시백을 지급하는 결제액 한도를 월 50만원에서 30만원으로 낮춘 바 있다. 인천시 e음카드는 시민들이 충전한 지역화폐를 결제 시 일정 비율로 깎아주는 '결제 할인형' 방식으로 운영된다. 전임 정부에서 캐시백 재원 줄어들자, 비율 및 한도 축소를 결정했다는 게 유 시장의 설명이다.

캐시백 비율은 지역화폐 사용량에 결정적이다. 캐시백이 없다면 사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지역화폐는 충전을 거쳐야 해 불편하고, 대형마트 등에서도 사용할 수 없다.

인천시에서 캐시백 비율 축소 여파는 고스란히 사용액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 경인일보의 28일 보도에 따르면 이달 1일~18일 인천e음 결제액은 1822억원으로 지난달 1일~18일 2456억원에 비해 3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 서구, 계양구, 부평구, 연수구 등 기초지자체가 별도로 운영하는 지역화폐 사용액도 감소했다. 지난 2월 인천e음에 추가로 지급하던 캐시백 5%를 2%로 하향 조정한 서구e음의 이달 1~17일 결제액은 전월 동기 대비 22% 줄었다.

인천 지역화폐 e음은 전국 지자체 중 가장 크게 흥행하고 있다. 인천e음 서비스 가입자는 230만명으로 인천 인구의 77%에 달한다. 인천 부평구에 사는 김모씨(46)는 "아내와 부모님이 사용하는 것은 물론 고등학생 자녀의 용돈도 e음카드로 충전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시 등 여당 민선 시장이 당선된 곳에선 재정 부담을 이유로 지역화폐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가운데, 캐시백 비율 축소 여파로 여론의 부담을 지게 된 유 시장이 해명에 나선 것이다.
활성화 조건은? 캐시백 만큼의 효용을 제공해야
유 시장의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발언에도 결국 캐시백 비율을 높이긴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막대한 사용량 때문에 캐시백에 들어갈 재원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어서다. 지역화폐를 운영하는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를 맞아 일시적으로 상향된 10% 캐시백은 애초에 지속될 수 없었고, 다양한 부가서비스로 사용자에게 낮아진 캐시백 비율 이상의 효용을 제공하는 방법밖엔 없다"고 말했다.

인천e음은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마련하고 있는 축에 속한다. 인천시는 e음 모바일 앱을 통해 택시를 호출하고 결제하는 e음택시, 인천직구 등의 쇼핑몰 결제, 배달 서비스, 기부서비스, 투표 및 설문, 학생증·사원증·아파트 출입카드 등 다양한 부가 기능을 운영하고 있다. 별도의 앱 설치나 회원가입 없이 지역화폐를 바로 사용하고 결제 및 캐시백이 가능하다. 230만명의 회원을 부가 서비스 이용자로 한번에 끌어들일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여겨진다.

10%에서 5%포인트 줄어든 캐시백 비율을 결국 시민들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은 캐시백의 재원도 세금이기 때문이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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