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불법 공매도를 뿌리 뽑겠다고 선언했다. 불법 공매도로 인한 투자자 피해가 적발되면 검찰에 부활한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통해 ‘패스트트랙’으로 신속 수사하고 범죄 수익은 박탈하기로 했다.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에 뿌리 깊은 불신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투자증권 등 일부 증권사가 공매도 관련 규정을 위반해 과태료를 부과받은 사실이 드러나자 공매도 제도를 대폭 손보기로 했다.
○수사·처벌 대폭 강화
28일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신봉수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김근익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은 관계기관 합동회의를 연 뒤 ‘불법 공매도 적발·처벌 강화 및 공매도 관련 제도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공매도를 둘러싼 불법행위를 반드시 뿌리 뽑겠다는 각오로 금융당국과 검찰 등 관계기관이 대책을 수립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정부는 불법 공매도 연루 법인에도 고액의 벌금을 부과하는 한편 불법 공매도로 취득한 범죄수익과 은닉재산을 박탈하기로 했다. 남부지검의 증권범죄합수단이 복원됨에 따라 패스트트랙(신속 수사 전환) 절차를 적극 활용해 불법 공매도뿐 아니라 공매도를 이용한 시세조종 등 각종 불공정거래 행위를 조기에 수사하고 처벌하기로 했다.
3~4분기에 공매도 제도 개선책도 내놓기로 했다. 외국인·기관투자가가 90일 이상 공매도 거래를 위해 주식을 장기 대차할 경우 이를 금융당국에 보고토록 하고 거래소·금감원·검찰의 테마 점검에 활용하기로 했다.
또 공매도 시 개인투자자의 담보 비율을 기존 140%에서 120%로 줄여 기관투자가와의 격차를 줄이기로 했다. 현행 규정상 주가 하락률 5%, 공매도 증가 비율 6배 이상일 경우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하고 있지만 앞으로 공매도 거래 비중이 30% 이상이면 주가 하락률과 공매도 거래대금 증가율이 다소 낮더라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금융위는 이 경우 연간 과열 종목 대상이 기존 690건에서 785건으로 증가할 것으로 관측했다.
○공매도 전면 재개 물 건너가나
이날 정부는 한시적 공매도 금지, 공매도 전면 재개 조치 등에 대한 논의는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정부는 올 상반기 공매도를 전면 재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국내 증시가 급락하면서 공매도 제도를 개선하고 투자자 신뢰를 회복한 뒤 전면 재개하는 것으로 정책 방향을 틀었다.
이번 공매도 제도 개선으로 증시가 회복될지 미지수란 지적도 나온다. 선진국에서 거의 모두 허용하는 공매도 제도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오히려 한국 증시에 대한 잠재적 투자 수요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국 증시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
○공매도 규정 위반 증권사 속출
국내외 증권사들은 공매도 규정 위반으로 올해 2월 금융당국으로부터 무더기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투증권은 2017년 2월부터 2020년 5월까지 삼성전자 등 938개사 1억4089만 주를 공매도하면서 이를 일반 매도 물량으로 표기(호가 표시 위반)해 과태료 10억원을 부과받았다. 한투증권 관계자는 “시스템을 바꾸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다”며 “불법행위인 무차입 공매도가 아니라 단순 실수”라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업틱룰 위반으로 과태료 7200만원을 부과받았다. CLSA증권(6억원), 메리츠증권(1억9500만원), KB증권(1200만원) 등도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이동훈/서형교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