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28일 발표한 한국노동연구원의 ‘2021년 임금체계 현황과 실태’를 보면 국내 기업의 호봉제 활용 비율은 금융·공공부문, 대규모 사업장일수록 높았다. 호봉제는 능력·직무가 아니라 연공에 따라 임금을 올려주는 임금체계다.
실태 조사에 따르면 100명 미만 사업장에선 호봉제 활용률이 13.4%에 그쳤지만 100~299명 사업장은 54.3%, 300명 이상은 60.1%, 1000명 이상은 70.3%였다. 업종별로는 금융·보험업이 68.6%로 가장 높았고 전기·가스 공급업이 36.7%로 뒤를 이었다. 노조가 없는 사업장의 호봉제 활용 비율은 11.2%였지만 노조가 있는 사업장은 67.8%에 달했다.
고용부는 연공서열 중심인 호봉제를 하는 일에 따라 임금을 주는 직무급제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호봉제가 유지되면 고령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부담이 커지는 탓에 정년 연장을 추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금체계 개편을 위해선 취업규칙 변경 등 노사 합의 절차가 필수다. 문제는 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선 제도 변경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직무급제 도입 계획이 만만치 않은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2012년 75.5% 이후 감소하던 호봉제 도입 사업장 비율은 지난해 9년 만에 늘었다. 코로나19 사태 후 경기 악화에 불안을 느낀 기업과 근로자들이 안정적인 호봉제로 회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용부는 29일 전문가들로 구성된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첫 회의를 열고 임금체계 개편 등 노동개혁안 마련을 논의할 계획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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