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경계를 넘어서

입력 2022-07-28 17:41   수정 2022-07-29 00:02

얼마 전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이자 한국 고등과학원 석학교수가 4년마다 수여하는 전 세계 수학계 최고 상인 필즈상을 받았다. 많은 언론이 대서특필하며 허 교수의 수상 쾌거를 조명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OO학원에서 수학 강의를 들었다는 소문에 ‘역시 사교육의 힘’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허 교수의 성공 요인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보탠다.

우선, 허준이라는 걸출한 인재가 한국에서 성장했다는 점이다. 그는 초·중·고교와 대학 그리고 대학원 석사과정까지 한국에서 마쳤다. 시인이 되겠다고 고교 정규과정을 중간에 그만두는 일종의 방황도 있었다. 그래도 고교 자퇴를 허락하고 지지한 자유로운 교육철학을 가진 부모님이 있었다. 잠시 다닌 학원을 그의 학문적 성과와 연결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석사과정까지 성장기 모든 과정이 그에게 다양한 영향을 줬음에 틀림없다. 그의 상상력과 힘의 원천이 한국적 토양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 대단한 점이다.

다음은, 필즈상을 수상하고 서울대 초빙교수로 와 있던 세계적인 수학자 히로나카 헤이스케를 만났다는 점이다. 학문의 새로운 지평을 발견하게 해준 일본인 멘토를 만난 허준이는 수학에 빠져들었다. 특히 스승 히로나카는 허준이 같은 제자들에게 밥을 사주고 음악회에 데려가는 등 한국에서 받은 돈을 마음껏 쓰고 남은 돈도 서울대에 모두 기증하고 갔다고 한다. 학문과 제자 사랑의 경지를 느끼게 한다. 허준이는 히로나카를 알아봤고 히로나카는 허준이를 알아봤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연구 환경이다. 더 큰 학문적 꿈을 펼치기 위해 미국 대학원에 진학하려 했으나 10여 곳에서 고배를 마셨다. 서울대 학부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렵게 일리노이대 어배너섐페인에 합격했고 미시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의 연구 인프라와 클레이재단 등의 지원 속에 거리낌 없이 연구했을 것이다. 그는 결국 수학계의 수많은 난제를 해결하고 필즈상을 수상하는 일을 내고야 말았다.

만일,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빠졌다면 지금의 허 교수는 없었다. 물론 한국에서 성장한 주인공인 허 교수 본인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일본인 멘토 히로나카와 미국 대학의 연구 환경이 없었다면 결코 필즈상의 허준이는 탄생할 수 없었다. 허준이에게 국경은 없었다. 국경이 있었다면 허준이는 없었다. 진리 추구와 진정한 우정과 사랑에 나라의 경계는 무의미하다. 그는 수상 기념강연에서 “내가 연구하는 수학은 끊임없이 경계를 넘어설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국경을 이미 뛰어넘은 그가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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