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 후 경쟁업체에 재취업하면 퇴직위로금을 반환하도록 한 확약서는 약관법이 아니라 근로기준법을 잣대로 효력을 따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희망퇴직 근로자 A씨와 B씨가 근무했던 보험사를 상대로 낸 확약서 무효 확인소송 상고심에서 약관법을 적용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지난 2016년 이 보험사는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고 있거나 앞으로 적용받을 예정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 접수를 받는다고 공고했다. 2017년 1월부터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게 될 A씨와 B씨는 희망퇴직을 했다. 당시 A씨와 B씨는 퇴직 후 1년 내에 동종업계로 재취업하면 특별퇴직위로금을 반환한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회사에 제출했다.
그런데 A씨와 B씨는 퇴직 후 4개월 만에 이 보험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생명보험회사의 지점장으로 재취업했다. 보험사 측은 확약서에 적힌 대로 이미 지급한 약 3억원씩을 돌려달라고 요구했고, A씨와 B씨는 확약서가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확약서가 유효하다며 A씨와 B씨가 보험사에 위로금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A씨 등이 보험사와 작성한 확약서는 무효라고 판단했다. 약관의 내용 중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은 공정성을 잃은 것으로 본다는 약관법 6조 등이 근거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와 B씨가 보험사와 작성한 확약서는 약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확약서는 피고(보험사)와 소속 근로자 사이에 체결된 근로계약이 합의 해지로 종료되는 경우의 권리·의무관계를 정한 것"이라며 "근로계약 관계를 전제로 퇴직금·퇴직위로금과 각종 경제적 지원에 수반되는 법률관계에 관한 것이므로 약관법 30조에 따라 약관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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