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193㎝인 토니 피나우(33·미국·사진)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동료들이 인정하는 장타자다. 올해 드라이브 비거리(평균 305.8야드) 랭킹은 공동 50위에 머물러 있지만, 이는 그가 힘껏 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나우는 백스윙 크기가 동료 골퍼보다 훨씬 작다. 그 이유에 대해 피나우는 “딱히 지금보다 더 멀리 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올해 평균 319.7야드를 보내 장타 1위에 올라 있는 캐머런 챔프(27·미국)는 “나보다 공을 멀리 보내는 선수가 있다는 걸 인정하기 힘들었다”며 “하지만 피나우와 연습장에서 나란히 공을 치면 항상 그의 공이 더 앞에 있었다”고 했다. 미국 골프닷컴은 피나우의 스윙에 대해 “자신의 저장고에 아직도 많은 힘을 남겨두고 있다”고 표현했다.
‘힘’의 피나우가 ‘정교함’을 더하자 ‘무적’이 됐다. 피나우는 29일(한국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디트로이트GC(파72·7370야드)에서 열린 PGA투어 로켓모기지클래식(총상금 840만달러) 1라운드에서 버디만 8개를 낚아 8언더파 64타를 쳤다. 지난주 3M오픈에서 역전 우승을 차지한 그는 이번 대회에서 2주 연속 우승이자 투어 통산 4승에 도전한다.
피나우는 이날 그린 적중률 100%를 기록하는 등 신들린 경기력을 보여줬다. 골프닷컴에 따르면 피나우가 지난 728번의 PGA 투어 라운드에서 그린 적중률 100%를 기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피나우는 “오늘 전까지 한 번도 그린 적중률 100%를 기록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몰랐다. 매우 멋진 일”이라며 웃었다.
피나우는 장타력에 비해 정교함이 다소 떨어진 탓에 오랜 기간 우승과 연이 없었다. 2007년 프로로 데뷔한 지 10년 만인 2016년에 첫 우승(푸에르토리코오픈)을 차지했을 정도였다. 이 대회는 당시 같은 기간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에 상위 랭커들이 출전하면서 소위 ‘B급 대회’로 분류됐다. 피나우는 이 대회 후 지난해 2승을 거둔 노던트러스트오픈까지 8번의 준우승을 기록해 ‘준우승 전문가’라는 오명이 붙기도 했다.
한국 선수 중에선 김시우(27)가 힘을 냈다. 김시우는 이날 버디 6개를 잡고 보기는 1개로 막아 5언더파 67타로 공동 8위에 올랐다. 김시우는 지난해 10월 샌더슨팜스챔피언십 이후 PGA 투어 대회 톱10에 다시 한번 도전한다.
이번 대회에 PGA 투어 임시회원 자격으로 출전한 김주형(20)은 3언더파 69타로 공동 33위다. 올 시즌 PGA 투어는 플레이오프 전까지 이 대회를 포함해 2개 대회를 남겨두고 있는데, 김주형은 남은 대회에서 페덱스컵 포인트를 쌓아 최종 125위 이상에 오르면 다음 시즌부터 정회원이 될 수 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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