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마련에 필요한 시간, 1시간 [집코노미TV]

입력 2022-07-30 07:00   수정 2022-07-30 17:55


▶전형진 기자
선풍기나 제습기, 이런 가전제품 살 때
설명서 꼼꼼히 보시나요?
새차도 딱 출고되면 매뉴얼이 같이 들어있는데 대부분 잘 안 보시죠
수억, 수십억짜리 집을 살 때도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오늘은 아파트 설명서를 같이 읽어볼 겁니다


자 청약홈에 들어가서 청약캘린더를 누르면
이렇게 분양하는 아파트들의 정보가 뜨죠
범어자이를 눌러볼게요
분양 이미 했죠
..잘 안 됐죠

오른쪽 모집공고문보기를 누르면
입주자모집공고
이게 바로 아파트 설명서예요
왜 범어자이로 했냐면 교보재로 제일 좋아요
청약제도의 모든 복잡한 상황이 다 담겨 있습니다


다시 보죠
글자는 빽빽하고 페이지수는 50이 넘어가죠ㅎㅎ
보통 그래서 읽어볼 생각을 안 하는 거예요
하지만 우리는 기출문제 중심으로 중요한 것만 쏙쏙 볼게요

우선 공고문은 그냥 우리 분양할게요, 이런 수준이 아니라
법으로 정해둔 양식에 맞춰서
오피셜하게 분양정보를 알려주는 문서예요
그래서 이렇게 빽빽한 거고
한 글자, 한 글자, 모두 담당 공무원의 첨삭을 거쳐야 합니다
그러니까 음절과 음절 사이에
건설사 공고 담당 직원의 눈물이 담겨 있는 거예요


첫 장에 가장 중요한 정보가 담겨 있어요
이 아파트의 최초 입주자모집공고는 6월 23일이다
이 날짜 잘 보세요

아랫줄엔
이 아파트가 지어지는 대구 수성구는 투기과열지구이면서
청약과열지역, 그러니까 조정대상지역이다
이렇게 말하고 있는데

수성구는 투기과열지구 해제됐었잖아요
근데 23일 공고엔 투기과열지구래
어떻게 된 걸까요?
사실 효력은 7월 5일부터라고 했었죠
그러니까 그 사이에 분양하는 아파트는 뭐죠?
아직 투기과열지구의 기준이 적용되는 아파트인 거예요

이렇게 날짜를 못 박는 이유가
규제가 생기거나 해제될 땐 공고문 날짜를 기준으로 판단하겠다
이런 의미예요


쭉쭉 넘겨보면 아래에 1순위, 2순위, 당첨자발표, 계약일
이런 날짜들이 다 나옵니다
공고문에서 이 날짜 확인하고 맞춰서 준비하는 거예요


그리고 여기엔 우리 아파트 주소가 어떻게 되고
몇 동에, 몇 층에, 스펙이 다 나오고, 주택형은 몇 개고
그러니까 한 6페이지쯤 와서부터야 시작인 거예요.. ^^
..목이 마르네?

근데 잘 보면 입주 예정 시기가 2026년 2월이잖아요
청약은 2022년 7월이었으니까 3년 7개월 동안 짓는다는 거잖아요
통상적으론 2년 6개월 정도 걸리는데 공기가 좀 길죠
일단 잘 기억해두세요


다음 장 넘어가면 드디어 분양가가 나옵니다
이렇게 크게는 주택형별로, 그리고 동별로, 층별로 가격이 다르죠
그래서 보통은 홈페이지의 단지 배치도, 동호수 배치도를 보고
매치하면서 분석해야 돼요
근데 오늘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요
일단 제일 위에 있는 주택형은 총 분양가가 8억9300만원 나오네요
이제 계약금-중도금-잔금 비율을 봐야 돼요

계약금이 전체 분양가의 20% 수준이면
그 단지는 분양에 자신감이 넘치는 아파트인 거고
10%면 soso입니다
더 낮추는 경우도 있어요


어쨌든 우리 단지는 10%인데, 1차와 2차가 있네?
1차는 앞장에 봤던 정당계약기간, 7월 25일~28일 내야 하는 돈이에요
1000만원이죠
그리고 당첨일로부터 보통 한 달 안에 나머지 계약금을 냅니다
이렇게 1, 2차를 더해서 총액의 10%인 거예요

그리고 중도금이 분양가의 60%인데
이걸 또 6번으로 쪼개서 내죠
그래서 아파트 분양가는 늘 10% 단위로 계산하면 돼요


자금조달 어떻게 하는지는 예전에 다 설명했어요
오늘 그거까지 설명하면 날샙니다


근데 아까 이 아파트 3년 7개월 동안 공사한다고 기억하라고 했잖아요
중도금 간격을 잘 보세요
거의 6~7개월 텀이죠
공기가 길어지는 만큼 자금을 조달할 시간도 생긴다는 겁니다
그 다음 잔금은 입주할 때 냅니다
그래야 열쇠 줘요


그리고 이거 되게 중요한 내용인데
사실 분양가가 9억을 넘으면 중도금대출이 안 나옵니다
그러니까 같은 단지여도
9억 안 넘는 주택형은 나오고, 넘는 주택형은 안 나오는 식이에요
근데 대출 안 해주면 누가 분양받아요

그래서 시행사나 시공사가 자체보증으로 알선해주기도 합니다
무슨 얘기냐면
원래 내가 중도금대출을 받을 땐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보증을 서요
근데 9억 넘으니까 얘들이 안 한단 말이야, 제도적으로
그래서 사업자가 울며겨자먹기로 보증을 서준다는 거예요
일단 분양을 하기 위해서


이런 내용은 공고문에 써있기도 하고 안 써있기도 합니다
이 단지도 살짝 애매하게 써두긴 했는데
계약자 중도금대출 안내에 보면
이자후불제 조건으로 융자알선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했죠


원래는 9억이 넘기 때문에 중도금대출이 안 된다라고 써야 하는데
말을 쓰리쿠션으로 돌려서 거의 예술구로 치고 있는 거예요
..300 이하 마쎄이 금지

사실 그 앞에 이자후불제란 말도 재미있습니다
아까 중도금 어마어마했잖아요
그 이자 나중에 내라, 이런 의미예요
뭔가 혜택 같지만 어차피 내가 내는 돈입니다
요즘 금리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오히려 중도금 무이자라고 써있어야 혜택이 되는 겁니다


옛날엔 중도금 이자 후불제를 어떻게 활용했냐면
내가 분양을 받았다가 팔고 나갑니다
그러니까 되팔렘을 하는 겁니다
근데 내가 갖고 있는 동안 중도금대출도 받고 했을 거 아니에요
이 대출도 승계시키면서 한꺼번에 되팔렘을 하는 건데
그때 그 대출 이자가 후불제라면?
그럼 그 분양권 산 사람이 나중에 가서 후불제 이자도 갚는 겁니다
근데 지금은 되팔렘을 막아서 이럴 수는 없어요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되팔렘 수요를 유도해서
계약률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거죠, 과거엔


어쨌든 마저 보면
이제부터 청약하는 분들의 자격 관련 설명이 나옵니다
원래 특별공급-일반공급 순서로 설명하는데
여기 보면 일반공급부터 바로 나오죠
그러면 아, 이 아파트는 특공이 없구나, 이렇게 이해하면 돼요
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을 넘는 아파트는 특공 안 나와요


어? 9억 안 넘는 주택형도 있었는데?
아직 안 넘었다고 했지 안 넘는다고 하진 않았다
발코니 확장비
요즘 거의 다 확장하잖아요
근데 전용 84㎡ 기준으로 3600만원이에요
원래 이게 강남 프리미엄 아파트가 한 3000만원 하거든요
공공분양이다, 그러면 아무리 비싸도 한 1000만원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까진 깡통차를 본 거고
여기부턴 옵션질이에요
발코니는 약간 후방카메라 정도
아무리 경제적으로 옵션을 빼도 이건 포함시키죠
근데 후방카메라가 3600만원 ^^


밑에 보면 비확장 세대는 공간이 협소하여..
고갱님 그랜저 말고 위에 제네시스 G80 어떠세요
이런 얘기입니다

사실 모델하우스에 가보면 다 확장형으로 꾸며져 있고요
여기 있는 옵션들도 대부분 들어가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니까 공고문을 보고 모델하우스에 가야
아 저게 얼마짜리구나, 옵션이구나, 알 수 있습니다


사진 찍어와서 보면 되지, 하시는데
사진도 거의 못 찍게 해요
그럴 땐 셀카를 찍는 시늉을 하거나
찍었던 사진 삭제한 걸 확인시켜준 다음에
집에 와서 휴지통을 복구합니다
..이제 휴지통도 보겠죠?


공고문 맨뒤엔 유의사항이란 항목이 있는데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해요
이런 식으로
우리 단지는 비행안전구역으로 항공소음이 발생할 수 있다
뭐 이런 내용이 다 여기 들어가 있어요
대구에 군공항이 있잖아요
또 아래에 보면 초등학생들을 어디로 보내게 될 거다
이런 내용도 공고에서 다 픽스해줍니다

만약 앞에 하수종말처리장이 있다
그래도 알려줍니다
알려주기 싫지만 법으로 알려주게 돼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입주자모집공고를 꼼꼼히 봐야 돼요


맨 마지막엔 사업자가 누구인지 나와요
시행이 잘생긴 형진이신탁이라고 나오죠
근데 누가 위탁했죠? 못생긴 형진이
..물론 못생긴 형진이는 과학적으로 존재할 수 없어요

못생긴 형진이가 땅 주인인데 진행은 신탁사에 맡겨서 한다는 의미입니다
범어자이니까 GS건설 사업이겠지? 이게 아니에요
GS건설은 여기서 단순 시공입니다
잘생긴형진이에게 돈 받고 지어주기만 하는 것이지 자체 사업은 아니에요
시공만 하는데도 자이라는 브랜드를 걸어준 거죠
이게 한국 부동산시장의 특징 중 하나예요
시행과 시공이 애매모호하게 구분돼 있어요

어렵죠?
오늘 한 장 한 장 꼼꼼하게 같이 살펴보지 않은 건
제도적인 부분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면 더 어렵기도 하고 정말 날 새서 그렇습니다
어려운 내용은 앞으로 계속 흥청망청으로 풀어내겠습니다

기획 집코노미TV 총괄 조성근 부국장
진행 전형진 기자 촬영 신정아·이재형 PD
편집 이재형 PD 디자인 이지영·이예주
제작 한국경제신문·한경닷컴·한경디지털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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