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혁신 가이드라인’에서 민간·지방자치단체와의 업무 경합성 및 유사·중복성을 공공기관 스스로 점검해 적극 축소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비대한 인력과 조직 슬림화도 강조했다. 지난 5년간 공공기관 정원이 35% 급증했고, 국가철도공단(49.4%) 등 직원 절반이 간부인 곳이 수두룩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적절한 방향 설정이다. 방만 경영에 본격 메스를 대는 점도 기대를 키운다. 경상경비(업무추진비·여비)의 경우 당장 올 하반기부터 10% 이상 삭감하고, 직무 성과 중심의 보수체계 개편도 추진한다. 콘도·골프장 회원권 등 불요불급한 자산 매각, 설립 목적과 무관하거나 출자 목적을 달성한 자회사 지분 처분은 만시지탄이다. 1인당 업무면적이 기준(56.53㎡)을 초과하면 매각·임대하겠다는 방안도 신선하다.
공을 들인 대책인 점은 평가할 만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문화를 바꾸는 일이다. 호화 청사를 매각하고 직원과 경비를 줄이면 개혁이 될 것이란 건 순진한 발상이다. 공공개혁의 목표인 생산성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선 외적 변화에 앞서 공기업 직원들의 태도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그러자면 ‘코드’가 아니라 ‘성과’에 따른 신상필벌 확립이 필수다. 정부부터 논공행상 대신 능력 있고 소명감 높은 기관장 임명을 통해 ‘철밥통’ 노조와 한판 승부를 벌이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할 것이다.
국민 10명 중 7명(72%)이 ‘강도 높은 개혁이 필요하다’고 답할 만큼 공공부문 개혁은 시급하다. 하지만 허리띠를 졸라매는 일에는 언제나 기득권 세력의 거센 저항이 있기에 결코 쉽지 않은 과업이다. 노조에 더해 지난 정부에서 알박기한 기관장들도 사사건건 발목을 잡을 것이다. 정권의 명운을 건다는 각오가 없다면 결코 성공하기 힘든 일이다. 가이드라인에서는 ‘민영화를 배제한다’고 했지만 중장기적인 민영화 구상도 준비해야 한다. 포스코나 KT를 아직도 공기업으로 두고 있다는 상상을 해보라. 오늘날의 혁신적 성장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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