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언어의 역사를 연구해 온 언어학자 김동섭 교수는 트래블처럼 사연 많은 단어 100개를 골랐다. 단어의 어원을 파악하다 보면 중세 유럽의 한복판을 여행하는 느낌이 든다.
언어 속에는 집단의 의식주와 사고방식 그리고 역사·세계관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시간이 지나며 인간의 생활상은 변하기 마련이고, 이에 맞춰 언어도 영향을 받는다. 집단의 언어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 따라가면 그들이 어떤 환경에서 살았으며, 또 어떻게 변화했는지 알 수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100개 단어는 중세에 많이 쓰였거나 유래된 말들을 엄선한 것이다. 중세는 지금으로부터 천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오늘날의 단어와 같거나 철자가 비슷한 말이라고 해도 그 의미나 뉘앙스는 아주 다른 경우가 많다.
이름, 직업, 명예, 봉건제 등과 관련된 단어들을 통해 중세 유럽인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엄격한 기독교 사회로만 알려졌던 중세 유럽에 있었던 러브 스토리도 확인할 수 있다. 서양사의 주인공인 왕들과 그들이 벌인 전쟁 이야기, 그 시대 오락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이 책 속 언어는 대부분 영어와 프랑스어다. 두 언어가 중세 유럽 역사의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 아는 ‘백년전쟁’도 서유럽의 패권을 놓고 유럽의 최강국이었던 프랑스와 영국이 벌인 전쟁이다.
이 책은 100개의 단어를 10부로 묶어 평범한 일상에서 시작해 점차 권력자들과 시대 전반으로 그 범위를 넓힌다. 단어의 유래나 변천 과정을 넘어 그 뒤에 숨겨진 역사적 사건을 부각해 살펴보게 해 준다. 읽을수록 중세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책을 읽어가다 보면 마치 퍼즐이 맞춰지듯 중세 유럽인의 생활 모습을 통찰할 수 있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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