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핀 늘려라"…홈 더 파고, 표면 거칠게 '골프업계 웨지 개발 전쟁'

입력 2022-07-31 17:42   수정 2022-08-01 00:23

웨지는 국내에서 골프가 대중화되기 전까지 A, S 등의 이름으로 ‘아이언 세트’에 끼워 팔던 클럽이었다. 52도, 54도, 56도, 58도 등 로프트 각도별 웨지를 따로 사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대략 10년 전부터 ‘웨지를 잘 쓰면 타수를 많이 줄일 수 있다’는 얘기가 아마추어 골퍼 사이에 퍼지면서 자신에게 맞는 웨지를 별도로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기 시작했다. 업체들도 이에 발맞춰 웨지 전문 브랜드를 들여왔다. 이제 웨지는 드라이버에 이어 아마추어 골퍼들이 가장 자주 교체하는 클럽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다 보니 골프용품 업체들도 웨지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핵심은 스핀양이다. 100야드 이내에서 치는 웨지 샷의 목적은 멀리 치는 게 아니라 공을 원하는 곳에 떨어뜨려 세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스핀양을 결정하는 건 그루브(홈)다. 홈을 길고, 깊게 파면 당연히 스핀이 더 걸린다. 골프 규칙에 그루브 규정이 있는 이유다. 그루브는 폭 0.899㎜, 깊이 0.508㎜를 넘어선 안 된다. 모양도 제한적이다. 그루브를 옆에서 볼 때 2010년 전까진 스퀘어 그루브로 불리는 ‘ㄷ’ 모양이나 ‘U’자형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V’자 모양으로 판 그루브보다 용적이 커서 공에 스핀이 많이 생긴다.

그러나 규칙 개정 후엔 ‘V’자형의 그루브만 사실상 허용됐다. ‘U’자형 그루브에 대해 ‘페이스와 단면의 가장자리를 둥글게 처리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달아 ‘V’자 그루브보다 효율성이 떨어지도록 했기 때문이다. 또 그루브 간 간격이 그루브 폭의 세 배가 넘어야 한다는 조건도 있다.

그래서 2010년 규제 이후 웨지시장은 어느 브랜드나 거의 똑같았다. 이때 승부수를 먼저 던진 게 ‘웨지 명가’ 클리블랜드다. 이들은 2020년 ‘RTX 집코어’ 웨지를 시장에 내놓으면서 웨지시장을 흔들었다. 일반적으로 웨지는 17개의 그루브를 가지고 있는데, 클리블랜드는 여기에 2개를 더해 총 19개의 그루브를 팠다. 클리블랜드 관계자는 “그루브가 공에 닿는 면적을 늘려 스핀을 극대화했다”고 설명했다. 2개의 그루브를 더 넣으면서 규정을 지키기 위해 그루브 폭을 좁히는 것을 택했다.

캘러웨이골프가 최근 내놓은 ‘죠스 로우’도 새로운 스타일의 웨지다. 웨지 페이스면의 도금 처리를 생략해 표면을 훨씬 거칠게 만들었다. 또 그루브와 그루브 사이에 미세한 가공 처리를 해 공의 스핀양을 늘렸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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