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업경쟁 촉진하도록 진입규제 개선해야

입력 2022-07-31 17:27   수정 2022-08-01 00:15

공정거래위원회는 법 집행기관일까 정책기관일까. 대부분 사람은 공정위를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를 조사해 제재하는 법 집행기관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말은 절반만 맞다. 공정위는 법을 집행하는 기관일 뿐만 아니라 시장경제가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경쟁 촉진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정책기관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발생하는 위법 행위를 감시하고 바로잡는 기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시장의 구조 자체를 경쟁적으로 만드는 정책 기능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정책기관으로서의 공정위가 잘 보이지 않는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국정운영 기조의 큰 흐름 중 하나는 경쟁정책 강화다. 작년 7월 산업 집중과 경쟁 감소를 미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로 진단하고 ‘경쟁 촉진을 위한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이 행정명령에서 범정부적으로 진입 규제를 개선하고 경쟁 촉진 정책을 추진하되 경쟁당국의 역할을 강조한 부분은 눈여겨볼 만하다. 미국과 비교해볼 때 지금 한국 경제는 경쟁 부족으로 렌트(독점이윤)와 비효율이 누적돼온 산업 분야가 훨씬 더 많다. 이런 렌트와 비효율을 제거해야 지속적으로 추락하는 잠재성장률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 방법은 경쟁 촉진뿐이다.

첫째, 경쟁 제한적 규제를 혁파하는 데 공정위가 주도적으로 앞장서야 한다. 공정위는 이명박 정부 시절 독과점 시장의 원인이 되는 각종 진입 규제를 대대적으로 철폐한 바 있다. 한 예로, 2010년 두 개 회사가 지배하던 맥주 시장의 면허요건을 대폭 완화함으로써 우리나라 맥주 역사 78년 만에 세 번째 맥주가 등장했고 맥주 시장 경쟁이 촉진됐다. 즉, 특정 산업 분야에서 시장이 잘 작동하지 않는 원인과 경쟁 상황에 대한 종합적·체계적인 분석에 기반해 경쟁 촉진형 규제개혁을 추진하는 것이다.

둘째, 새 정부에서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정책을 어떻게 펼쳐나갈지 큰 그림과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하위그룹이나 중견그룹에서는 변칙적인 부의 이전에 해당하는 사익 편취 또는 부당 지원 행위가 지속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런 부분은 당연히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경제 환경 변화에 맞춰 규제를 풀거나 합리화해야 할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동일인 관련자 범위와 관련해 국정과제에 포함된 총수 친족 범위만 조정할 것이 아니라 사외이사 등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을 정교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관련 규제 등도 사전 규제를 촘촘히 하는 데 치중하기보다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고려해 일부 규제를 완화하면서 사후 감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 규제는 상법상의 관련 제도 작동 정도와 밀접하게 연계돼 있으므로, 상법 규율의 변화를 공정거래법에 어떻게 반영해나갈지 중장기적 계획을 마련해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좋은 정책을 만들고 기업의 바람직한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늘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시장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려우므로 공정위는 정책 대상인 기업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 한다. 외부와 단절한 채 고립된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공정위를 장관급 기관으로 두고 있는 이유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어떻게 하면 경쟁을 활성화해서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하는 역동적인 대한민국을 만들 것인지 끊임없이 정책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정치권이나 다른 부처에 이끌려서가 아니라 선제적으로 정책을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장경제와 정책에 대한 깊이 있는 식견과 거시적 안목이 필수적이다. 공정위에 법률가 못지않게 정책 전문가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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