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해고 계획은 없다."
지난주 수요일(미국 현지시간) 전 세계 17만 구글러들이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대표(CEO) 주재로 올핸즈미팅(전 직원 간담회)이 열렸는데, 인사 담당 임원이 "정리해고 계획이 없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구글 "감원 계획 현재로선 없다"
1일 미국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올핸즈미팅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감원 계획'이었습니다. 피차이 CEO는 정리해고에 대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피차이 대신 답변에 나선 피오나 시코니 최고인사책임자(Chief People Officer)는 "비록 미래의 경제를 확신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서는 해고 계획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불확실성에 대한 단서는 달았지만 감원 계획이 없음을 공식화한 것입니다.구글의 채용 정책은 글로벌 정보기술(IT)업계의 관심사입니다. 빅테크(big tech) 맏형 구글의 움직임은 업계의 풍향계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12일 피차이 CEO가 "내년까지 신규 채용을 축소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이메일을 직원들에게 보냈을 때 IT업계가 충격에 빠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구글마저 긴축모드에 들어갔다'는 비관론이 쏟아졌습니다. 구글의 '감원' 가능성에 대한 얘기도 흘러나왔습니다.
1년 새 구글 직원 3만명 늘었는데 매출 증가율은 낮아져
어찌됐든 지난주 구글 경영진의 발언으로 감원설은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 앉을 전망입니다. 다만 구글러들의 업무 강도는 더욱 강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올핸즈미팅에서 피차이 CEO를 포함한 임원들이 "직원들이 업무 효율성을 높여야한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반복했습니다.구글을 둘러싼 경영 환경을 볼 때 임원들은 해야할 말을 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구글 직원은 현재 17만4014명으로 1년 전 14만4056명에서 약 21% 늘었습니다. 하지만 실적 성장성은 둔화됐습니다. 2분기에 매출 696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인 699억달러를 소폭 밑돌았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가율은 13%로 전년 동기 62%에 비해 크게 낮아졌습니다. 13%는 2020년 2분기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로 집계됐습니다.
"더 큰 절박함과 더 많은 굶주림으로 일해달라" 당부
피차이 CEO는 "꼭 필요한 곳에 직원들이 가 있지 않아 생산성이 낮다는 현실적인 우려가 있다"며 "개인의 미션을 염두에 두고 제품에 더 집중하고, 고객 중심적인 문화를 만들도록 도와달라"고 말했습니다.그러면서 강조한 게 '심플리시티 스프린트'(Simplicity Sprint)입니다. '더 빠른 제품 개발'을 위해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많이 내달라는 것입니다. 스프린트는 소프트웨어 개발 및 기술 스타트업에서 많이 쓰이는 용어인데 공통의 목표를 향한 짧고 집중적인 추진력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피차이 CEO는 '신규 채용 축소'를 이야기한 지난달 12일에도 "햇볕이 잘 드는 날보다 더 큰 절박함과 더 많은 굶주림으로 일해달라"며 '적극성'을 이야기했습니다.
구글 본사의 채용 정책은 한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한국 IT업계 피라미드의 최상단에 자리 잡아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구글코리아도 본사의 정책에 자유로울 수 없겠죠. 지난달 12일 본사 차원의 신규채용 축소 정책이 공개된 이후 업계에선 "구글코리아의 경력직 채용이 올스톱됐다"는 얘기가 흘러나왔습니다. 개발자 커뮤니티엔 '구글코리아 최종 면접을 앞뒀는데 어떻게 되는 것이냐'며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고요. 구글의 신규 채용은 앞으로도 신중하게 진행될 것 같다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이번주 실적설명회에서 네이버, 카카오도 언급할 전망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대형 IT기업들도 구글의 동향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습니다. 이들 업체들은 디지털 광고 중심의 비슷한 사업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글이 겪은 일을 네이버, 카카오도 피해갈 수 없는 게 보통입니다.마침 카카오가 4일, 네이버는 5일에 2분기 실적 관련 실적설명회를 진행합니다. CEO 등 주요 임원들이 애널리스트 등의 경영 현안 관련 질문에 직접 답하는 자리인데요. 인건비 등 비용 효율화 등에 대해 경영진이 어떤 이야기를 할지 들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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