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방식으로 만든 증류식 소주 시장이 지난해 30% 가까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주류 시장이 쪼그라들고 있는 가운데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가수 박재범이 만든 '원소주', 영화배우 김보성을 모델로 내세운 '의리남 소주' 등 셀럽(유명인)들의 이름을 내 건 증류식 소주가 잇따라 출시되는 가운데 하이트진로는 병당 10만원 짜리 최고급 증류식 소주를 내놨다. 그야말로 "프리미엄 소주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류 소주 출고량 급증
1일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주류 출고량은 309만9828㎘로 집계됐다. 2020년 321만4807㎘ 대비 3.5% 감소한 규모다. 국내 주류 출고량은 2016년 이후 6년 연속 줄었다. 이중 참이슬, 처음처럼 등 대량 생산되는 희석식 소주 출고량은 82만5848㎘로 전년비 5.5% 감소했다. 하지만 증류식 소주 출고량은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증류식 소주 출고량은 2480㎘로 전년 대비 28.5% 늘었다. 증류식 소주 출고량 증가세는 2019년 3.8%, 2020년 12.5%에 이어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증류식 소주는 쌀이나 보리 등의 재료를 발효시켜 만든 청주를 가열해 받아낸 술이다. 에탄올(주정)에 물을 타고 감미료를 넣는 대량 생산 방식의 희석식 소주와는 구분된다.
그동안 증류식 소주 시장은 경제력이 있는 중장년 층을 중심으로 소비돼 왔지만 최근 들어 젊은 계층에서도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명욱 세종사이버대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는 "술을 마시는 목적이 '취하는 것'이 아닌 '즐기는 것'으로 바뀌면서 가격이 높더라도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증류식 소주를 비롯한 고급 술 시장이 계속 커지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쟁 치열해진 고급 소주 시장
증류식 소주 시장은 몇 년 전만해도 찬바람이 불었다. 소주는 '서민의 술'이라는 인식이 강해, 가격이 비싼 증류식 소주가 대중적으로 성장하기는 쉽지 않았다. 광주요그룹이 2005년 출시한 화요는 10년 동안 적자를 겪었다. 롯데칠성음료의 증류식 소주 '대장부'는 판매가 줄어 단종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이후 술 문화가 바뀌면서 증류식 소주는 오히려 부흥기를 맞았다. 증류식 소주 시장에 터줏대감이었던 화요와 일품진로, 안동소주 외에 토끼소주, 독도소주 등 프리미엄 소주들의 판매가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여기에 셀럽의 이름을 내건 소주들이 잇따라 등장하며 경쟁에 불을 붙였다. 셀럽 소주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원소주는 한 병에 1만4900원으로 희석 소주가격의 7배가 넘는 가격에도 연일 매진을 기록했다. GS25가 지난 달 원소주의 두 번째 모델 ‘원소주 스피릿’을 내놓자마자 1주일만에 초도 물량 20만병을 완판했다.
편의점 CU는 지난달 말 알코올 도수 16.5도에 병당 4500원 짜리 '김보성 의리남 소주'를 내놨다.세븐일레븐도 가수 임창정과 협업한 전통 소주 ‘소주 한잔’을 이달 중 출시할 예정이다.
초고가 소주도 등장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이날 '진로 1924 헤리티지'를 출시하며 '슈퍼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라고 이름 붙였다. "임금님표 이천쌀을 100% 사용하고 3번의 증류를 거쳐 최고 순도의 소주를 담아냈다"는 게 하이트진로의 설명이다. 알코올 도수 30도에 병당 10만원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증류식 소주는 좋은 재료와 까다로운 과정으로 만들며 알코올 도수가 높지만 숙취가 덜하고 뒷맛이 깔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앞으로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 시장이 더욱 커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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