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또 우유 대란?

입력 2022-08-01 17:29   수정 2022-08-02 00:12

출생인구가 줄어든 때문인지 우리나라의 ‘마시는 우유’ 소비량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2001년 1인당 36.5㎏에서 작년 32.0㎏ 소비로 줄었다. 하지만 서구식 식생활 습관이 보편화하면서 치즈 등 유가공품을 포함한 전체 유제품 소비는 같은 기간 63.9㎏에서 86.1㎏으로 약 35% 증가했다.

이런 유제품 소비 확대분은 주로 외국산 원유(原乳)로 충당되고 있다. 국내산 원유 생산은 20년 새 234만t에서 203만t으로 생산이 줄었지만, 원유 수입은 같은 기간 65만t에서 251만t으로 늘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산이 두 배가량 비싸기 때문이다. 국내 원윳값은 2020년 기준 L당 1083원으로, 미국산(491원)과 유럽산(470원)을 압도한다.

이해하기 힘든 이런 가격 차는 정부가 낙농가를 보호한다며 2013년 도입한 생산비 연동 가격결정방식의 영향이 컸다. 낙농진흥회는 매년 통계청이 발표하는 우유생산비 증감률을 기준 삼아 원유 기본가격(낙농가의 원유 납품가격)을 매겨왔다. 하지만 수요나 시장의 변화와는 완전히 따로 노는 가격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문제점을 인식한 정부가 결국 제도 개편에 나섰다. 생산비 연동제를 탈피해 유제품 수요, 유가공 업체 측 요인 등도 따져 원윳값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또 마시는 우유는 L당 1100원, 가공유는 L당 800원으로 가격을 차등화해 외국산에 대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생산비 연동제의 단맛에 길들여진 낙농가가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 리 없다. 그래서 매년 8월 1일 기준으로 결정돼온 원유가격이 아직 협상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낙농가들은 원유 납품 거부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어 11년 만에 마트 유제품 매대에서 우유가 자취를 감추는 우유대란이 벌어질지 모를 일이다.

밀크플레이션(우유 공급 부족이 유발하는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오는 때다. 그럼에도 사실상의 가격 통제나 다름없는 생산비 연동제에 기계적으로 묶여선 해답을 찾기 어렵다. 우유 가격 통제에 나섰다가 거꾸로 생산 감소와 우윳값 폭등을 몰고 온 18세기 프랑스 혁명가 로베스피에르 일화가 역사책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한 가격 통제 조치들은 시장 기능을 마비시킬 뿐”이라는 자유주의 경제학의 태두 루트비히 폰 미제스의 말을 되새겨볼 일이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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