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올 3월 재한 중국인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알게 된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현금 수거책을 맡으면 일당 15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범행에 가담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배우자가 해외에 나가 있는 피해자들을 노렸다. 올 3월 30일 조직원들은 피해자 B씨(49)에게 외국 출장 중인 남편을 사칭해 “칼에 찔렸다”며 고통스러워하는 소리를 들려줬다. 이어 다른 조직원이 “당신 남편은 납치됐다”며 “돈을 내놓으면 병원에 보내주겠다”고 협박했다. B씨가 돈을 약속하자 A씨는 같은 날 오후 8시30분께 서울 신촌역 부근에서 남편을 납치한 세력의 지인처럼 행세해 B씨로부터 현금 850만원을 받아냈다.
조직은 이틀 뒤인 4월 1일엔 외국 출장 중인 아내를 사칭하며 “납치·강간당했고 총으로 협박당하고 있다”고 피해자 C씨(52)를 속인 뒤 A씨를 보내 서울 교대역 인근에서 C씨로부터 현금 700만원을 받았다. A씨는 피해자로부터 받은 돈을 송금하면서 제3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쓰고 금액을 쪼개서 보내는 등 치밀한 수법을 사용했다. 재판에서 피고인은 “카지노 환전을 위한 돈 심부름인 줄 알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송금 방식 등으로 미뤄볼 때 비정상적인 업무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는 점을 들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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