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 정책형 뉴딜펀드’는 출범 전부터 논란이 됐다. 2020년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상품을 소개하면서 ‘사실상 원금 보장 상품’에 수익률은 ‘국채수익률+α’를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선순위로 투자한 일반 투자자의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해 정부 자금이 후순위로 출자되는 방식이었다. 손실의 일정 폭까지 나라 살림으로 떠안는 구조여서 일부 투자자의 원금 보장을 위해 ‘혈세’가 투입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국민참여 정책형 뉴딜펀드는 ‘국민 재테크 상품’이 되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펀드의 선취수수료와 총보수를 합치면 2~3% 수준인데, 지난 6월 말까지 수익률은 1.25%에 불과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출시 당시에도 손실이 나면 혈세로 막아주는 구조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강했다”며 “그래서인지 리스크가 높은 고위험 투자보다는 안정적인 투자 의사 결정이 내려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예금보다 못한 수익률이지만 환매도 쉽지 않다. 장기 투자를 위해 4년간 환매가 불가능한 폐쇄형 구조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펀드 35%가 재정·정책자금
세금 투입 규모와 출범 시기도 논란이었다. 문재인 정부 임기가 임박한 상황에서 2021년부터 펀드에 투입할 예산 편성이 이뤄졌다. 5년간(2021~2025년) 재정·정책출자 7조원을 마중물로 민간자금 13조원을 모집해 20조원 펀드를 조성한다는 목표였다. 이를 한국판 뉴딜 관련 기업이나 인프라 사업 등에 투자하겠다는 것이었다. 전체 투자 자금의 35%를 재정·정책자금으로 채우는 셈이다. 정권이 교체되면 예산 투입의 연속성을 담보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정부도 이런 우려를 잘 알고 있었다. 2020년 정부가 낸 ‘뉴딜펀드 10문 10답’에는 “정책성 펀드로 이번 정부가 끝나면 뉴딜펀드도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과거 구체성이 다소 부족했던 정책성 펀드와 달리 뉴딜펀드의 투자 분야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신산업 분야인 디지털과 그린산업”이라며 “이번 정부 임기가 만료되더라도 뉴딜 분야의 중요성과 성장성은 지속될 것”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뉴딜 지우기’ 나선 정부
하지만 우려는 현실이 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당정이 ‘뉴딜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발표한 세제개편안에서 뉴딜 인프라펀드 투자자에 3년간 배당소득 9% 분리과세 혜택을 주는 내용의 특정사회기반시설 집합투자기구 투자자에 대한 과세특례를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 뉴딜금융과는 지난달 이름을 지속가능금융과로 바꿨다.
여당에서는 뉴딜펀드에 투입되는 정부 재정 삭감을 예고하고 나섰다. 연간 기준으로 보면 뉴딜펀드에는 매년 △정부 재정 6000억원 △산업은행 6000억원 △성장사다리 2000억원 등 1조4000억원의 정책자금이 투입된다. 여기에 민간 자금 2조6000억원을 더해 연간 4조원 규모로 펀드를 조성하는 구조다.
정무위 소속 여당 의원들은 내년도부터 이 중 정부 재정 6000억원 예산 전액 삭감을 예고하고 나섰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뉴딜펀드 목표 수익률 달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우려를 제기했는데, 그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정부는 향후 뉴딜펀드 출자를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제펀드 전철 밟을까 우려
시장에선 관제펀드의 예고된 결말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펀드’, 박근혜 정부의 ‘통일펀드’ 등도 정권이 바뀐 후 이름이 바뀌거나 투자자가 대거 이탈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관제펀드들의 성과가 좋지 않은 이유로 “정부가 경제성이나 투자 성과를 고려하기보다 특정 목적이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활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세금을 투입해 손실을 메워주는 방식은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