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지난 6월 이런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휴대전화가 고장 난 자녀의 보낸 문자 메시지라고 생각한 그는 이 링크에 접속해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이 프로그램은 원격제어 프로그램이었다. 범인들은 A씨 명의로 대출을 받고, 예금 잔액을 빼 대포 계좌에 이체했다.
자녀를 사칭한 문자 메시지를 보내거나, 원격 프로그램 설치 후 이른바 '몸캡' 피싱을 벌인 조직 범죄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로 검거됐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컴퓨터 등 이용사기와 공갈,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이같은 피싱 범죄 조직 3곳을 적발하고, 조직원 129명을 검거했다고 2일 발표했다.
경찰은 이들 중 30대 한국 총책 B씨 등 35명을 구속하고 중국에서 활동 중인 C씨(50대)에 대한 인터폴 적색수배 등 국제공조 수사를 요청했다. 또 범행에 활용된 현금카드 238매, 휴대전화와 유심칩 76개, 현금 1억 9000만원을 압수했다.
이들은 2021년 3월부터 2022년 7월까지 범죄를 저질렀다.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SNS로 범행을 모의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총책, 관리책, 수거책, 인출책 등으로 역할을 나눠 점조직 형태로 운영해왔다. 계좌 편취 후에는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금은방을 찾아 피해금을 바로 이체해 금으로 바꾸는 자금세탁 행위를 벌였다. 이중 국내 관리책인 피의자 B씨는 해외로 출국했다가 다시 범행을 위해 지난 6월 한국으로 입국하던 중 수사팀에 검거됐다. 금품을 갈취당한 피해자만 538명으로 피해 금액은 44억 5000만원에 이른다.
이들은 SNS로 친분관계를 만든 뒤 음란 영상채팅을 유도 하는 수법도 썼다. "소리가 잘 안들린다, 소리가 들릴 수 있게 보내주는 파일을 휴대폰에 설치하라"고 유도한 뒤 악성프로그램을 설치, 저장된 연락처에 몰래 녹화한 피해자 영상을 유포하겠다며 협박해 금전을 뜯어내기도 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가족, 지인을 사칭해 휴대폰 고장과 분실을 이유로 신분증을 촬영해달라고 하거나 파일 설치를 유도한다면 피싱 범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몸캠 피싱을 예방하기 위해선 우선 음란 통화 유도에 응하지 말아야 하고, 협박을 당할 땐 피해자료를 갖고 바로 경찰에 신고해 상담을 받을 것을 권했다. 금은방 업주에겐 금 매수 시 매입자의 신분을 확인하는 절차를 당부했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압수 자료를 분석해 검거되지 않은 공범을 추적 중"이라고 설명했다.
수원=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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