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소속인 현대제철 노조는 5월 2일부터 당진제철소 내 사장실을 점거한 채 농성 중이다. 인천·포항·순천 공장의 노조원들도 공장장실을 점거했다. 국내 2위, 세계 17위인 철강회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가 막힌 일이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임금협상을 통해 기본급을 7만5000원 올렸고, 성과급(기본급의 200%+770만원)도 지급했다. 지난해 현대제철 직원의 평균 연봉은 9500만원에 달해 ‘생계형 투쟁’으로 봐줄 수도 없다.
회사 측은 경기 침체에 따른 철강 제품값 하락으로 하반기 실적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그런데도 노조가 사장실 점거를 풀지 않으면서 현장 경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매주 3~4일씩 당진공장에 머물던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은 석 달째 서울에서 비대면 경영을 하고 있다. 고로 3기·전기로 2기를 가동 중인 당진제철소는 현대제철 조강 생산능력의(연 2400만t) 60%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사업장이다. 이 지경이 되도록 수수방관한 경찰의 행태는 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회사 측이 특수주거침해 및 업무방해, 특수손괴죄 등으로 노조원들을 신고한 지 두 달이 넘었지만, 제대로 된 조치는 없었다.
정부는 대우조선 하청노조 불법점거 당시 50일 넘게 8000억원 이상의 손실이 나도록 지켜보기만 했다. 앞서 민주노총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 때는 노조의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해 사실상 백기 투항하고 말았다. 윤석열 정부가 강조해온 법과 원칙이 노사 분규 현장에서 잇따라 실종되는 모습을 보면서 산업계에선 노동개혁 의지에 대해 의심과 불안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합법적인 노동 쟁의는 보장해야겠지만, 노조의 떼쓰기와 억지, 불법점거 등에는 어떤 예외도 없다는 점을 각인시키려면 엄정한 공권력 집행이 필수다. 정부가 이번에도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면 5년 내내 민주노총에 끌려다닌 문재인 정부와 다르다고 말하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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